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오는 9월 네이버를 준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 으로 지정할 때 법적 동일인(총수)을 개인보다 네이버 법인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의장이 보유한 지분이 낮고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난 만큼 일반적인 대기업의 총수로 보기 힘들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사실상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인만큼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관심사다.
16일 네이버 등에 따르면 이해진 전 의장과 네이버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 정연아 법무담당이사 등은 지난 14일 공정위 기업집단과를 찾아 담당 과장을 만났다.
특히 이날 이해진 전 의장 등은 김상조 위원장과 신동권 사무처장도 함께 만난 것으로 알려져 회동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전 의장 등이 공정위를 찾은 것은 공정위가 오는 9월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하기로 한 것과 관련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기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구분해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인터넷 기업 중 네이버를 포함한 카카오가 공시대상기업집단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유력시 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동일인을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데, 동일인은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오너로서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친인척들의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도 부여된다.
이에 이해진 전 의장은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의견을 피력했다. 공정위 관계자들과 만나 KT나 포스코, 에스오일, 한국GM처럼 네이버의 동일인 지정에 있어 사람(본인)이 아닌 기업(네이버)으로 해줄 것을 요청한 것.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는 유럽 사업에 전력투구하고자 의장직도 내려놓았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은 한성숙 대표 체제로 세팅된 상태”라면서 “회사를 포함한 계열사 전체에 이해진 전 의장의 친인척이 배제돼 있고, 순환출자 구조도 아니다. 이해진 의장의 지분도 4.6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의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네이버 지분 4.64%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61%), 에버딘애셋매니지먼트(5.04%),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보다 낮다.
라인이나 스노우, 네이버랩스 등 네이버의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별도로 가진 지분도 없다.
최대주주 자리도 2014년 9월 말 국민연금공단으로 변경됐고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에서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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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이해진 전 의장을 재벌의 총수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볼 문제”라면서 “재벌의 적폐를 청산해 네이버와 같은 기업 구조 형태로 가라는 취지로 만든 법이 되레 네이버를 옭죄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의 법적 위치를 동일인으로 볼지에 대한 논란과, 공정위의 판단에 업계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