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에 쓰이는 인공지능(AI) 기술은 당장 의사를 대체할 수준은 못된다. 그보다는 의사를 보조하는 도구로서 앞으로 몇 년 내에 실제로 도입될 수 있을 만큼 기술 수준이 올라갔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분야는 의료영상 쪽이다. AI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인 딥러닝 덕분에 이미지 인식 기술 성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때문이다.
이에 따라 X-레이, CT, MRI 등 의료영상 분야에서 AI가 의료보조기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의료영상 AI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3개 스타트업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로부터 100대 AI기업에 꼽히기도 한 루닛과 자체 딥러닝 엔진을 활용해 의료영상, 생체신호 분석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뷰노, 조직샘플을 분석해 암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을 가진 딥바이오 등이다.
■ 루닛, 유방암서 폐암 영상분석까지…글로벌서 기술력 인정
지난해 10월17일 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가 주최한 유방암 병리진단을 위한 종양확산정도를 예측하는 대회인 'TUPAC2016'에서 루닛은 3개 평가 분야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의료영상 AI 스타트업 중 선도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 대회는 참가팀들에게 종양 관련 슬라이드 이미지를 담은 데이터셋을 준 뒤에 종양확산정도를 점수형태로 예측하게 한다. 가장 정확도가 높은 팀이 우승하는 식이다.
루닛은 총 세 개 미션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 IBM리서치-취리히 등을 제치고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루닛 이정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유방암에 대한 진단 외에도 폐암 등 분야에서 흉부 X-레이, 유방 촬영 영상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임상실험에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높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는 자사가 개발한 딥러닝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임상실험, 인허가 신청을 했다.
의사들이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분석기술을 활용해 질병에 대한 판독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 뷰노, 자체 개발 딥러닝 엔진-플랫폼으로 승부수
삼성종합기술원(SAIT)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뷰노는 자체 개발한 딥러닝 엔진인 '뷰노넷(VunoNet)'과 이를 활용한 의료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뷰노메드(VuneMed)'를 제공한다.
뷰노넷이 구글 텐서플로처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엔진이라면 뷰노메드는 이를 통해 개발한 각 질병 분야별 상품을 말한다.
뷰노 공동창업자인 김현준 이사는 "의사들이 쓰는 도구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며 "기존 (의사들의) 역량이 50이라면 이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뷰노 역시 의료영상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시켰다. 이 회사는 뷰노메드-본에이지라는 진단보조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이 제품은 사람 뼈 모양을 촬영한 X-레이 사진을 보고 뼈나이를 판단한다. 실제 나이보다 성장이 느리거나 빠를 경우 생기는 여러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키나 몸무게를 잰 뒤 1차 진단을 한 다음 보다 세밀한 진단을 위해 X-레이를 찍는다. 대형병원에서는 하루에만 수 십 개에 달하는 사진을 보고 판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김 이사에 따르면 2차 병원에서는 개인병원이나 소아과 의사가 직접 이 같은 판별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과정이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운 작업이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김 이사는 "1차적으로 대학병원을 목표로 뷰노메드-본에이지를 공동 개발했다"며 "병원에서 임상작업과 함께 데이터를 제공하고, 우리는 딥러닝 모델에 수 만 개 X-레이 사진을 학습시키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공동개발에 참여한 이진성 교수는 "비슷한 영상을 확인하는데 5분 정도가 걸렸으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5초 정도로 작업 시간을 단축해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뷰노는 2개 팀을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의료영상분석팀에서는 뼈 사진에 더해 CT촬영상을 보고 폐암을 탐지하는 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환자실 환자의 심정지 시간을 예측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혈압, 맥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생체신호를 딥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위급한 순간에 의사를 호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딥바이오, 2020년 전립선암 분석 시스템 상용화
딥바이오는 전립선암을 분석하기 위한 딥러닝 솔루션을 개발했다. 생체검사를 통해 확보한 이미지를 분석해 암의 크기, 위치, 중증도 등을 분석해 진행 추이를 확인한다.
암 전이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서는 생체검사가 필요하다. 몸 안 특정 부위 조직을 미세바늘로 떼어낸 뒤 이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이 회사는 지노바이오라는 영상의료장비회사와 손잡고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립선암 진단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의료영상 분야 AI 스타트업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CB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영상을 포함한 헬스케어 분야는 산업용 AI 중 가장 활발하게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2012년 이후 270건의 투자를 통해 18억달러(약2조196억원)가 이 분야에 투자된 것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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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의료영상 분야 AI 스타트업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