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속 AI, 어떤 기술 쓰이나 보니…

음성의무기록 문서화-환자용 챗봇 등

인터넷입력 :2017/05/17 10:33    수정: 2017/05/17 18:31

손경호 기자

병원 속에 녹아 들어갈 인공지능(AI) 기술은 어떤 모습일까?

당장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다기보다는 의료진을 돕거나 환자를 위한 보조적인 도구로 쓰이게 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큼 높은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6일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이 서울 도곡동 소재 카이스트 연구소에서 개최한 '오픈ICT 연계 POC서비스 지원을 위한 원격존재 로봇' 세미나에서는 AI를 활용한 음성기반 의료녹취서비스, 환자용 챗봇 등이 소개됐다.

먼저 셀바스AI는 딥러닝을 활용, 의료진의 발성 습관까지 반영한 음성기반 의료녹취서비스인 '셀비 메디보이스'를 개발해 국내 병원을 대상으로 임상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헬스케어챗봇이라는 회사는 바이터스라는 환자용 챗봇을 이미 글로벌 시장에 먼저 출시해 병원, 제약사 등에 공급한 뒤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셀바스AI, 음성 의무기록 텍스트로 손쉽게 바꾼다

셀바스AI 김경선 AI융합사업실장은 "환자 진료 시 의무기록 작성에 드는 시간을 줄여 실제 환자와 대화하고 진찰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며, 속기사를 통해 녹음된 내용을 문서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회사는 3월 개최된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2017에서 개인 건강검진기록을 입력하면 2년~3년 내에 주요 질병 발병 확률을 알려주는 '셀비 체크업'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미국의료정보보호법(HIPPA)에 따라 이미 개인의 진료기록을 모두 저장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서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30일부터 시행 중인 만큼 의료현장에서 음성녹취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셀비 메디보이스는 의사의 음성기록을 문서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속기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전까지 숙달된 전문 속기사라고 할지라도 직접 녹음내용을 들어야하는 탓에 내부 테스트 결과 3분26초짜리 녹음파일을 기준으로 속기사 2명이 15분 정도 걸렸다. 이 회사 솔루션을 활용해 1차로 음성을 텍스트로 바꾼 뒤 속기사 2명이 오류가 있는 부분만 검증해 수정토록 해보니 작업을 5분 이내로 마칠 수 있었다.

셀비 메디보이스를 통해 의사가 말한 진료 관련 음성기록이 텍스트로 변환되는 모습.

국내 의사들의 진료 내역 음성기록은 전문용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있어 일반인들은 알아듣기가 힘들다. 의사마다 발성 스타일이 다르고, 말하는 속도가 빠른데다가 일/이, 오/구 등과 같이 비슷한 발음의 숫자를 한글로 읽었을 때 오류가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경선 사업실장은 "아직까지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병리학과, 영상의학과에서 각각 95.51%, 96.23% 정도 음성인식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진료기록 음성녹취가 법제화 되지 않은데다가 음성녹취 내용 중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은 삭제해야한다는 점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한국어와 영어가 혼용되는 한국 진료시장의 특성과 함께 의료진 개개인의 음성 특성을 반영한 음성인식엔진을 계속해서 학습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 회사는 작년 10월 회사명을 셀바스AI(구 디오텍)로 바꿨다. 전 세계에 필요한 산소의 70%를 공급하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셀바스처럼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목표다.

환자용 챗봇 바이투스는 헬스케어 관련된 내용으로 자연스러운 대화와 환자 투약시간 알림 등 기능을 지원한다.

■글로벌 제약사-병원이 주목한 환자용 AI 챗봇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창업해 성과를 거뒀던 환자용 챗봇 바이투스(VITUS)의 사례도 흥미롭다. 해외법인을 국내로 이전해 최근 헬스케어챗봇이라는 이름으로 재창업한 이 회사 김민열 대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제약사인 GSK, 먼디파마, 페링제약, 싱가포르 국립 대학병원 등에 맞춤형 챗봇을 공급했다.

이 회사의 챗봇이 가장 다른 점은 온라인에서 약을 구매하거나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24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 기존 챗봇들이 메뉴 형태로 선택지를 골라 정보를 보거나 길어봐야 1분~2분 정도 단답형으로 얘기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는 것과 비교해 훨씬 긴 시간 동안 환자의 건강 및 증상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국내 챗봇의 경우 실제로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규칙 기반으로 특정 내용에 대한 질문에 정해진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바이투스는 직접 환자에게 말을 걸고, 24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가면서 장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답형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문장형 질문에도 답을 할 수 있도록 하도록 자연어 이해/처리(NLU/NLP) 기술을 썼다.

김 대표에 따르면 바이투스는 스마트폰 내에서 위젯형태로 제공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천식, 건강한 다이어트, 심혈관 질환 예방 등 항목을 선택하면 관련 증상에 대한 데이터를 기록하면서 대화 도중에도 약을 먹어야하는 시간에 알람을 주도록 자연스럽게 주제가 바뀌도록 했다.

아쉬운 점은 아직 국내서는 이런 서비스를 만나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챗봇이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고, 국내 고객사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 회사는 국내 건강식품 관련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힐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챗봇을 선보일 계획이다.

■헬스케어, 이미 AI로 뜨거운 시장

PwC컨설팅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전 산업영역에 광범위하게 AI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헬스케어 분야가 가장 활발하게 이런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분야로 꼽혔다.

그만큼 일반 사람들의 건강과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영역에서 AI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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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I가 의사, 간호사 등의 역할을 모두 대체한다기보다는 이들을 보조해주는 수단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참석했던 연세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변효진 교수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 분야에서도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전신마취나 부분마취 등을 해주는 세다시스(SEDASYS)라는 기기가 FDA 승인까지 받아서 시판됐다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변 교수는 "가장 큰 이유가 의료계의 반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의료기기를 만들 계획이라면 충분히 의료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을 보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