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최순실의 요구와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승마 훈련 지원이 이뤄졌을 뿐 뇌물을 건넨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장 전 차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49차 공판에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 씨 딸 정유라 씨 지원을 강요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최 씨였다"며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으로부터 '최 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등 보고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장 전 차장은 또 "검찰 조사 과정서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강요·압박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며 "최 씨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최 씨가 어떻게든 (삼성을) 해코지할 우려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지원) 지시를 했는지 여부는 알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특검이 지난 4월 13일 2차 공판서 공개한 그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장 전 차장은 조사 당시 정유라 지원의 주체는 박 전 대통령이었고, 이 과정서 강요와 압박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장 전 차장의 이날 증언에 따르면 정 씨 지원을 강요한 인물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 씨다.
이와 관련, 장 전 차장은 정 씨에게 단독으로 승마 훈련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최순실씨가 저희(삼성)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조사 당시 특검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순수한 마음으로 승마 종목의 발전을 위해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화를 내신 이후 최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 李 부회장으로부터 '영재센터 지원' 관련 봉투 받은 적도 없어
또 장 전 차장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영재센터) 지원 관련 봉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을 한차례 더 번복했다.
삼성그룹서 대관 업무를 책임지는 장 전 차장은 "재판 과정서 생각해보니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봉투를 받아 전달하는 것 자체가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2016년 2월 15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장실로 불렀고 청와대가 준 것이라며 자료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영재센터 봉투를 이 부회장에게서 받았다는 부분은 피고인이 잘못 추측해 진술한 것이냐"고 물었고 장 전 차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장 전 차장은 영재센터 봉투 출처에 대해 "여러 정황을 비춰볼 때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받은 것 같다"며 "그러나 만난 시간과 장소와 구체적인 당시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 "崔, 삼성에 정유라 지원 미비하다"고 해..."朴에 삼성그룹 비방했다 전해 듣기도"
장 전 차장은 '삼성이 정 씨의 승마 훈련 지원에 미진했다는 이유로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을 비방했다'는 내용을 전해들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직전 피고인 신문에서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한다. 최 씨의 강요와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정 씨 승마 훈련 지원이 이뤄졌을 뿐, 뇌물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장 전 차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독대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점은 회의를 통해 들었다"며 "삼성이 올림픽 승마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미진하다는 질책이 있었지만, 이 때도 정씨에 대한 단독 지원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날(2일)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인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오늘 오전 구인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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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뇌물 수수 혐의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없이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재판서 불출석사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확정될 경우 이날 50차 공판은 이 부회장의 피고인신문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