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과 정유라 씨에 대한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최 씨의 영향력을 뒤늦게 인지했지만 뇌물을 건네려 한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지난달 31일 피고인 신문과 1일 속행 피고인 신문서 이같이 증언했다.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으로 재직한 박 전 사장은 지난 2015년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날 박 전 사장은 "승마협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스포츠 관련 일은 하지 않았고, 취임 이후에도 승마협회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농단 사태가 커져 협회가 부각됐을 당시에도 협회 업무 외 일엔 관심이 없던 상태"라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은 "또 최 씨와 정 씨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며 “2015년 7월 29일에서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최 씨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특검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독대 이전에 정씨에 대한 지원을 지시받았다면, 독대에서 승마지원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받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는일은 삼성 입장에서는 보통 일이 아니다. 최 씨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전 사장은 "승마계 내부의 파벌 다툼 같은 건 관심 없었지만, 회사(삼성전자)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잘해달라고 주문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은 올림픽 진출을 위해 승마선수들을 선발해 전지훈련 보내라는 것이었고, 정유라 지원은 최순실의 요구였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지난 첫 공판에서 박 전 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이 박 전 사장을 5차례 조사할 때 작성된 이 진술 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박 전 사장을 만난 자리서 "최순실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친자매 이상의 친분이 있고, 또 대통령이 최씨의 딸 정유라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며 총 300억 원을 정씨의 승마 훈련에 지원해달라고 했다.
이에 박 전 사장은 "최순실이 대통령을 통해 (삼성에)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두려웠다"면서 의심 없이 박씨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진술서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으로 면담했을 당시 승마협회를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들은 바로는 대통령께서 '승마를 하려면 좋은 말도 사야하고 곧 있을 올림픽에 대비해 해외전지훈련도 가야하는데 삼성이 지원을 제대로 안 해준다'고 꾸짖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박 전 사장에게 "신문에서 대통령의 눈빛에서 가끔 레이저가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정 씨에 대한 지원 내용을 본인에게 알려줬다’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고, 신빙성 없이 조작된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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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 전 차관의 특검 수사 당시의 진술과 법정 증언을 들어보면, 나와 만난 자리에 동석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달랐다"며 "이는 진실성의 기본 요소가 결여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삼성이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는데 출산으로 인해 지원을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