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날수록 살기 편해지는 AI 아파트

(부산=박수형 기자) 아파트가 KT의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지니’와 홈IoT 서비스를 품었다. 월패드와 연동된 기가지니 기술은 아파트 단지 내 서버와 연결됐다.

덕분에 기가지니 아파트는 단순히 음성명령으로 집 안을 제어하는 것을 넘어 엘리베이터 호출, 택배 도착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의 평균 에너지 사용량과 우리집의 전기 수도 사용량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TV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인 기가지니를 통한 제어 시스템은 기존 스마트폰의 터치 기반의 UX를 넘어 음성명령과 함께, TV 화면으로 각종 서비스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인공지능 플랫폼을 바탕에 둔 덕에 아파트 주민의 생활 패턴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즉, 음성으로 명령된 서비스 외에 아파트가 입주민의 맞춤형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주는 시대가 온다는 점이 주목된다.

■ “지니야, 뭐든 해봐”

지난 14일 기자가 체험해본 인공지능 아파트는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롯데캐슬 381세대 중 한 가구다. 다음달 본격적인 입주를 앞두고, 단지 내 막바지 조경 공사가 한창인 곳이다.

아파트 입구에서 호출 버튼을 누른 뒤 집 안에 도착하면 거실 TV에서 같이 방문한 이들의 얼굴이 나온다. 단순히 월패드에 비친 방문객의 모습이 찍힌 것과는 다르다.

이는 기가지니 아파트의 방문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집을 비웠을 때도 이처럼 초인종을 누른 사람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외출 직전에 방범모드를 주문해두면 집 밖에서 문열림 감지가 실행되고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도 집을 지킬 수 있다.

기존 월패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고도화시킨 셈이다. 이와 달리 홈IoT의 중심 역할을 기가지니와 TV 화면이 하는 점도 눈에 띈다.

“지니야, 우리 집 상태 보여줘”라는 한 마디에 가정 내 공기 상태가 TV화면에 뜬다. 미세먼지 농도와 온도, 습도 등 공기상태가 단연 눈에 띈다. 실내환경 종합지수를 보고 곧바로 기가지니에 연결된 공기청정기를 작동시킨다.

또 집 안에 연결된 홈IoT 전체 기기의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 사용량도 화면에 뜬다. 에너지 사용량은 지난달과 비교하고, 누진세 범위까지 확인할 수도 있다.

집 안의 모든 일을 기가지니에 말로 하고 화면으로 확인하는 수행비서를 두는 셈이다.

■ 엘리베이터 부르고, 택배 찾고

집 안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와 연동된 서비스도 말 한마디로 가능해진다.

가장 편리해 보이는 점이 엘리베이터 호출 서비스다. 외출 직전 집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음성으로 부른 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습니다”는 안내를 받을 때까지 집 안에서 기다릴 수 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지만 마치 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같은 기분이 든다.

이는 단지 내 구축된 서버와 각 세대별 기가지니가 연동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이다. 세대 별로 설치된 빌트인 IoT 가전 외에 아파트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엘리베이터, 주차관리, 택배알림, 관리비조회 등은 월패드를 거쳐 단지 내에 있는 플랫폼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관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통신, 전기, 토목 등 아파트 보수 신청도 이 때문에 집 안에서 말 한마디로 가능해진다.

또 우리집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던 에너지 사용 현황 중에 이웃집과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단지 내 아파트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평균을 보고 같은 환경에 있는 옆집, 아랫집, 윗집과 비교해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는게 아닌지 알 수 있다.

이밖에 관리사무소에 도착한 택배를 TV 화면 팝업창으로 확인하고, 아파트 단지 내 공지사항도 기가지니를 거쳐 TV로 확인한다.

■ 기가지니 아파트, 더 똑똑해지고 서비스는 늘어난다

김근영 KT 홈IoT사업담당 상무는 “연내 화자별 맞춤형 대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화자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화자 인증으로 주문과 결제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집 안에서 어머니와 아들의 목소리를 구분해 듣고, 이용자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해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목소리를 통한 인증으로 배달음식 주문과 결제까지 기가지니로 가능해질 수 있다.

이처럼 KT의 준비에 따라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 플랫폼에 올라탄 아파트의 각종 서비스는 데이터 축적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까지 가능해진다.

김근영 상무는 “4천 시간 이상의 데이터가 쌓이면 딥러닝 결과를 분석할만한 기초 데이터 양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당장 입주민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는 데이터 분석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더욱 입주민 중심의 달라진 정확도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가지니 명령어는 더욱 정확해지고 서비스 내용은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의 데이터 분석이 뒤따르고 이 분석 결과값은 날이 갈수록 쌓이기 때문이다.

한발 나아가 입주자가 자주 외출하는 시간 정보가 쌓이면, 기가지니가 먼저 “엘리베이터 부를까요?”라고 먼저 물어볼 수도 있다. 생활 패턴 데이터 축적으로 추천 서비스도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 기가지니 아파트, 내년 20만 세대 목표

KT는 향후 아파트부터 오피스텔, 호텔 등 인공지능 솔루션이 확대된 공간을 늘려간다는 목표다. 연내 5만 세대, 내년까지 누적 20만 세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나 시행사는 KT 기가지니 아파트 서비스 도입을 통해 자체 개발 필요 없이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입주 단지 내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분양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분양 후 단지 관리도 효과적이다.

이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기가지니 아파트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