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삼성 합병 관련 朴 지시 없었다"

재판부, 安 업무수첩 '정황증거'로 채택

디지털경제입력 :2017/07/06 07:39    수정: 2017/07/06 08:48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법정에서 재차 증언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36차 공판에는 전날(4일) 증인으로 출석했던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이 속개됐다.

35차 공판이 특검의 증인신문으로만 이루어진 탓에 이 날은 삼성 측 변호인단의 반대신문 위주로 진행됐다.

안 전 수석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 한 번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에게 전날 공판서 증거 능력을 두고 논란이 된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나 삼성 합병 건에 관심을 두고 안 전 수석에게 관련 지시를 했다면 통상 그 내용이 수첩에 기록돼 있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수첩에는 '합병' 등의 단어 자체가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재직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합병에 대해 지시를 받은 기억도 일절 없다"고 증언했다.

전날 특검은 안 전 수석에게 업무수첩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가감없이 기록된 것이냐고 질문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직접 수첩에 들은 바를 기록한 것이 맞지만,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주로 전화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려줬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재판서 삼성 건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별다른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안 전 수석의 증언이 반복되고 있어 특검 측 주장이 힘을 잃는 모습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법정에서 재차 증언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삼성 요구로 최순실 독일 회사 이름 변경해"

이날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에 앞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본부장)의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이 전 본부장은 독일에서 '비선실세' 최 씨의 현지 송금 업무와 부동산 구입 등 재산 관리를 도운 인물이다. 최 씨가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코어스포츠로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부동산 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지원했다.

증언대에 선 이 전 본부장은 최 씨가 삼성의 요구에 따라 코어스포츠의 사명을 '비덱스포츠'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 씨로부터 '그 쪽에서 코어라는 이름이 글로벌 명칭에 맞지 않으니 바꾸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당시엔 '그 쪽'이라는 표현을 삼성이라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 전 본부장은 코어스포츠 사명에 대해 "현지인 이사를 통해 업체로부터 전해 받은 사명 리스트를 최 씨에게 전달한 사실도 있다"며 "그러나 삼성이 비덱으로 바꾸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그렇게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 측은 "코어스포츠 직원이었던 장 모씨가 ‘사명은 삼성이 아닌 최 씨가 결정했다’고 증언한 사실이 있다"며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 재판부 "수첩 내용 간접사실로 인정…'정황증거'로 채택"

한편,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을 끝낸 뒤 특검이 제출한 업무수첩을 '정황적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존재하고 독대 당시 대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것은 간접사실로, 정황증거로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겠다"면서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수첩에 기재된 것과 같은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직접 진술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첩의 내용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둘의 대화를 직접 듣고 기록한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은 바를 적은 것이기 때문에 독대 대화 내용과 일치한다고 확신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배석자가 없었다는 점, 녹음 파일 등 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정황증거로 다루면서 향후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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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3권에 달하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지난 2015년 7월 25일께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와 관련, '삼성, 엘리어트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 권익,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대책 지속 강구'등의 단어가 이틀 후인 27일 기록됐다.

또 2016년 2월15일 진행된 3차 독대 이후 수첩에는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JTBC, 새마을운동 제대로, 빙상, 승마' 등 13개의 주제가 키워드 형태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이에 대해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며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간접증거로도 뇌물수수, 공여 등의 공소 사실은 충분히 입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은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 없었지만, 대통령 진술에 의존해 수첩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며 "추가로 다른 내용이 덧붙여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