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으로 성공을 못하더라도, 오늘 이 경험이 인생의 어떤 놀라운 계기를 만들어낼지 모릅니다. 작은 시작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이 이제 막 창업을 해서 성장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에게 던진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다.
손주은 회장은 3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프라이머 11기 데모데이 기조강연자로 나서, 현장에 모인 창업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창업 경험과 스타트업 투자 계기에 대한 배경을 털어놨다.
손 회장에 따르면 그의 첫 창업 경험은 서울대학교 학생이면서 덜컥 결혼까지 한 27살 때 일이다. 당시 모자란 생활비 걱정에 찬 그는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장에서 믹스 커피 장사를 한 30년 전 경험을 들려줬다.
“당시 갖고 있던 재산의 3분의 1 금액인 1만원을 장사 밑천 삼아 믹스 커피와 종이컵을 사고, 주변에서 보온병 10개를 빌려 서울대 졸업식장에 갔어요. 그런데 이미 20~30군데 커피 부스가 설치돼 있더군요. 함께 간 동생이 망했다고 했지만, 그 순간 우리의 경쟁력은 기동성이라고 생각해 졸업식장을 비집고 들어가 커피를 팔았어요. 아는 선후배들이 왜 네가 커피 장사를 하나며 당황해 했지만, 그 때 제가 창피해서 도망갔다면, 지금의 메가스터디도 없었을 겁니다.”
손주은 회장은 이미 설치된 커피 부스를 보고도 경쟁력을 찾으려 했고, 또 학교 선후배 보기 창피했지만 이를 무릅쓴 하나의 계기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고 설명했다. 이를 알게 된 하숙집 주인이 과외 자리를 소개해줬고, 자신에게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모교 졸업식에서 커피를 팔아 돈을 벌겠다는 결정은 객관적으로 어이없는 결정이었죠. 누구랑 상의했다며 말렸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일단 시도했고, 망했다고 생각이 든 순간에 답을 찾았습니다. 선후배가 왜 이러고 있느냐고 했을 때 도망갔다면 과외생도 못 만났을 거고, 내 안의 능력이 어떤 게 있는지도 찾지 못했을 겁니다.”
과외생이 놀라운 성적을 보이면서 그는 한 번 더 꿈을 키웠다. 2년 간 과외를 열심히 해서 1억을 모은 뒤 미국으로 유학 가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그는 혼자서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신공’을 통해 과외로 2년 간 2억원을 모으는 데 성공한다.
이후 부모의 뜻에 따라 사법고시에 도전했으나 실패, 1990년 경인학원이란 이름으로 학원을 열었지만 교통사고로 아들과 딸을 잃는 슬픔에 빠진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헛웃음이 나더군요. 망했다 싶었어요. 그래도 학원 강의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내 일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고민에 빠졌어요. 사교육이 이 사회의 모순을 만들어낸다는 고민이 들었던 거죠. 당시 한 달에 4천만~5천만원 벌던 시절인데, 지금으로 치면 2억원 정도 된 소득을 그 때 포기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는 사교육으로 번 돈을 공교육 사용에 쓰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 마저 자리 합리화와 만족이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 시키지 않는 일을 찾으려다, 대형 학원에서 인기 강사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문제는 또 발생했다. 자신의 강의를 듣기 위해 다른 지역에 살던 가정이 대치동으로 이사를 오기 시작했고, 대치동에 사교육 열풍을 일으킨 중심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면서 그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당시 대치동에 사교육 열풍이 불면서 모 아파트 가격이 불과 얼마 만에 몇 억이 뛰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지역적 불평등을 만들어낸 거죠. 그러다 1999년 홈쇼핑을 보다 백화점이 집으로 온다는 개념이 잡혔어요. 그래서 교육을 집으로 들이면 불평등 해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의 메가스터디를 만들었습니다.”
메가스터디를 국내 최고의 온라인 강의 회사로 만들었지만, 손 회장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온라인 강의를 상용화 했지만,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수준에 그쳤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오프라인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못 바꿨어요. 과정에서 많은 실수가 있었죠. 결국 온라인 강의 시장은 스타 강사 몸값만 높이는 치킨게임으로 전락했습니다. 우리 안에 뛰어난 인재가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깨우쳐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 사업이 입시 위주였다면, 보다 넓은 의미의 교육을 위해 자신의 역량과 재산을 사용하고 싶다는 계획이다. 300억원의 사재를 털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만든 이유기도 하다.
“가장 주요한 건 좋은 인재를 잘 찾아내고 길러내야 합니다. 스펙이나 좋은 능력보다는 가장 좋은 인재는 착한 사람이에요. 착하고, 근본적으로 성창할 수 있는 사람, 미래비전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그는 공무원 시험 준비로 젊은 인재들이 모인 노량진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다.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 동네로 만들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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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합격률을 위해 공무원 공부들을 하고 있어요. 편안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노량진을 청년들이 새로운 꿈을 꾸는 동네로, 공부를 하더라도 고민하면서 공부하는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공부, 교육, 문화 등이 한 데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비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메가스터디 교육이 기존에는 입시 위주였다면, 엄청나게 많은 영역의 교육을 찾아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끝으로 손주은 회장은 창업에 꿈을 키우는 인재들에게 다시 한 번 오늘의 자리가 놀라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기조 강연을 마쳐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