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데이터분석을 위한 인공지능(AI)을 만들었다. AI를 지렛대로 삼아 그간 추진한 기업용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사업의 영토 확장에 나섰다.
앞서 삼성SDS는 '브라이틱스(Brightics)'라는 분석 플랫폼을 만들고 국내외 빅데이터 분석솔루션 시장에 공급해 왔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 본사에선 기존 분석 플랫폼에 AI 기술을 가미한 '브라이틱스AI' 플랫폼을 소개했다.
브라이틱스AI는 비전문가도 활용할 수 있는 쉬운 분석모델링, 목적별로 골라 쓸 수 있는 다양한 알고리즘, 몇 시간을 쏟아야 했던 분석용 데이터 전처리 시간을 몇 분 단위로 줄인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묘사됐다. 플랫폼은 이미 주요 기업 다양한 업종별 프로젝트에 활용됐고 조만간 중소기업 담당자와 학계 종사자들에게도 제공될 것이라고 삼성SDS 측은 밝혔다.
삼성SDS가 말하는 데이터분석을 위한 AI란 뭘까. 회사의 분석플랫폼 사업과 어떻게 맞물리는 걸까. 현장 발표 내용과 질의응답을 통해 플랫폼에서 이 AI의 역할이 뭔지, 시장에는 어떻게 제공되는지, 눈길을 끄는 요소는 무엇인지, 회사가 내건 주요 가치는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기업사용자를 위한 지능형 비서
삼성SDS의 AI는 기업 사용자를 위한 지능형 비서라고 봐도 좋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아마존 에코나 SK텔레콤 누구 같은 개인비서 서비스를 기업에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단 기업들이 업종에 맞게 업무를 학습시켜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기업 시장에 AI 접목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학습과정이 쉽고 간편해졌다는 게 삼성SDS가 내세우고 있는 특장점이다.
삼성SDS에 따르면 브라이틱스AI는 기업 경영자들 혹은 현업 담당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조언자 역할을 해준다. 데이터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고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액션 플랜을 제시한다.
이은주 삼성SDS 데이터 랩장은 브라이틱스AI를 활용해 기업에서 전기요금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시나리오를 이렇게 소개했다.
“기업에선 계약전력을 초과하면 전기요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계약전력을 초과하지 않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브라이틱스AI를 활용하면 과거 전기사용량, 빌딩 센서 정보, 외부 날씨 정보를 묶어서 이 건물이 전기를 얼마나 쓸지 예측하고 어떻게 하면 계약전력을 초과하지 않을 수 있는지 처방도 찾을 수 있다. AI가 한번에 시계열, 회귀분석함수 및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자동으로 탐색해 주기 때문에 모델을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필요가 없다. AI가 추천한 첫번째 모델을 누르니, 언제 전기사용량이 계약 기준을 넘을지 보인다. 레포트를 선택하면, 냉방기1, 공조기3을 1시간 끄면 초과기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처방형 보고서가 만들어진다. 이 보고서를 클릭 한번에 담당자에게 메일, 웹, 모바일로 보낼 수 있다.”
브라이틱스AI가 기존 데이터과학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효율적인 모델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고, 처방까지 내려준다는 설명이다.
삼성SDS 윤심 연구소장는 이날 브라이틱스AI를 소개하며 “현업 사용자가 두 시간만에 모델링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처방형 알고리즘을 기업용 플랫폼으로 만든 최초 제품으로 똑똑하며, 고성능 분석처리 기술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20배 이상 높여 굉장히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AI가 데이터과학자라는 전문가 영역을 또 침범하는 걸까? 삼성SDS는 브라이틱스AI가 데이터과학자들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라고 강조한다.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분석하고 해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는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기존처럼 수작업으로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서는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 때 얻기 힘들어진다. 브라이틱스AI를 쓰면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삼성SDS의 마케팅 메시지다.
■구축형·클라우드 모두 OK…”기업이든 연구자든 분석역량 높이도록 지원”
사실 브라이틱스AI의 특징 상당 부분은 기존 삼성SDS의 브라이틱스와 다르지 않다. 브라이틱스 플랫폼에 강화된 AI 기술을 접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두면 삼성SDS는 브라이틱스AI를 통해 기존 브라이틱스 사업 기회 창출을 촉진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브라이틱스와 브라이틱스AI는 모호하지만 어쨌든 사업적 경계를 갖고 있다. 삼성SDS 사업조직의 영업담당자는 구축 제안을 기존 브라이틱스 플랫폼의 구성으로 할 수도, 브라이틱스AI 플랫폼의 구성으로 할 수도 있다. 기업의 결정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업이나 사용자는 브라이틱스AI 인프라도 선택할 수 있다. 조직의 자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구축형 솔루션과 삼성SDS의 데이터센터를 통한 클라우드서비스 중 골라 쓸 수 있다. 데이터 소유권에 민감하다면 전자를, 인프라 비용 부담이 있다면 후자를 택하면 된다.
브라이틱스AI 클라우드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의 사용자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또 브라이틱스AI는 다양한 산업별 분석 수요에 대응해 '업종별 분석모델 저장소'를 갖췄는데, 이 또한 대기업과 그룹계열사의 제조·마케팅을 넘어선 분야 공략의 포석이다.
클라우드 기반 브라이틱스AI는 일부 고객에 제공되고 있다. 삼성SDS는 이를 이달말께 일반 서비스로 내놓고, 기업용 무상 체험 기간 30일 또는 아카데미용 1년짜리 사용 기회를 지원할 방침이다.
회사측은 “브라이틱스AI를 통해 대기업뿐아니라 학교와 중소기업도 데이터 분석역량 그리고 분석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오픈소스SW와 모델링 AI 결합
브라이틱스AI는 데이터 비전문가인 현업 사용자가 직접 분석모델을 만들고 간편하게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는 AI서비스를 제공한다. 군집분석, 텍스트분석, 연관분석, 추천, 분류분석, 회귀분석, 시계열분석, 최적화 등 목적별 데이터 분석모델 샘플을 갖췄다.
기업에 실제 유용한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모델을 만들려면 전문가가 모델에 조합할 알고리즘을 선별하고 파라미터(매개변수)를 조정해야 하는데, 브라이틱스AI가 품고 있는 통계, 딥러닝, 강화학습 등 머신러닝 기법과 분석 자동화, 평가 등 AI알고리즘이 이걸 자동으로 해 준다.
삼성SDS는 이런 AI서비스와 AI알고리즘을 위한 데이터플랫폼에 이미 업계에 널리 쓰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투입했다. 인메모리 데이터엔진 스파크(Spark), 검색엔진 엘라스틱서치(Elasticsearch), 분산 딥러닝프레임워크 텐서플로(TensorFlow) 등이다.
스파크 엔진의 분산클러스터 환경에서 성능이 잘 나온다고 알려진 프로그래밍 언어 스칼라(Scala)와 데이터 전처리 작업에 인기인 파이썬, 유명 오픈소스 통계 언어인 R 등의 사용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개발 과정에서 삼성SDS와 다른 상용SW 업체간 직접적인 협력이 있었는진 불분명하다. 삼성SDS는 지난해 8월 당시 브라이틱스 솔루션사업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데이터분석 전문업체 SAS코리아와 솔루션 개발 및 마케팅에 협력하기로 했지만, 이후 공개된 성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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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 연구소장은 관련 질문에 "SAS와는 지금도 협력하고 있다"면서 "브라이틱스 플랫폼에서 데이터 시각화와 관련된 부분엔 필요시 (SAS 기술을) 연결해 쓸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브라이틱스에도 탑재된 AI 기술이 있었지만 (브라이틱스AI에는) 강화학습 등이 추가됐고 그 대부분은 자체(개발)기술"이라며 "딥러닝 기술로 텐서플로, 카페, MX넷 등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를 채택하되 (사용자) 러닝커브를 어떻게 줄일지에 초점을 맞췄고, 분석 모델링과 네트워크(신경망) 설계 노하우는 (자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