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를 포함한 통신비 인하 공약 실행 방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모양새다.
10일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의 통신비 인하 추진방안 보고 자리에서 “통신 3사의 자발적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 증진이 불가능한 상황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정책 제안을 당부한다”며 “미래부 대책을 청취한 다음에 국정기획위 내부에서 논의한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개호 위원장은 “미래부의 보고 내용이 위원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래부가 내용을 보완할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시민단체 간담회와 통신사 의견을 포함한 미래부의 보고를 토대로 다음주 13일부터 예정된 국정기획위 내 각 분과별 2차 국정과제 검토회의에서는 이행계획서 초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개호 위원장이 “미래부 재보고 일정이 다음주 화요일(13일)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이행계획서 초안은 분과별 국정과제 검토회의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기본료 폐지? 단계적 인하?
이런 가운데 국정기획위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료 폐지 방안의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개호 위원장은 이날 “공약을 실행하는 것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면서도 “과거 정부와 같이 일방적 지시나 강요가 아니라 국민 소통을 기반으로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구제적인 안을 제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본료 폐지 안건만 보면 정부가 법이나 제도로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 공약 실행 방안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견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래부 보고에 서면으로 포함된 통신사의 의견은 절대 반대다. 정부의 강제적인 요금 개입으로 산업 생태계 붕괴가 우려된다는 뜻을 담았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알뜰폰 회사들도 반대의 뜻을 내고 있다.
통신 소비자 간담회 내에서도 기본료 폐지를 두고 반대 의견이 나왔다. 참여연대 측은 원가 공개까지 요구하며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기본료를 폐지해도 다른 방식으로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국정기획위는 대통령 공약 후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 기본료 폐지에 준하는 방안을 꺼내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신비 인하는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일각에서는 2G와 3G 등 기본료 폐지 논의 근거로 꼽힌 감가상각이 끝난 이동통신망 휴대전화 요금의 기본료 인하가 거론되고 있다. 일괄 폐지 방안보다 시간 간격을 두고 단계적인 인하 방식이다. 알뜰폰 사업자의 반발이 거센 내용이지만 도매대가 인하 정책 방향으로 출구 확보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추가 공약 사항 이행 방안은?
이개호 위원장은 “기본료 폐지 외에 통신 서비스 전반에 대한 보편적 통신 서비스 인하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기본료 폐지 이슈에 다른 통신비 부담 절감 방안을 함께 논의해 동시에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다른 통신비 인하 공약의 실행방안은 비교적 쉽게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공약에는 ▲기본료 폐지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기업의 자발적 통신비 인하 유도 ▲데이터 이월 등 요금체계 변경 ▲와이파이 프리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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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단말기 가격 분리공시 도입은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도 논의된 내용이다. 이는 법과 고시를 개정해야 하는 내용인 만큼 당장 추진하겠다는 발표보다 공약 방향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의 경우 새로운 공약이라기 보다 이전 정권부터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추진해오던 정책이다. 또 큰 이견이 없는 내용인 만큼 통신사들이 투자를 늘려 서비스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