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기본료 폐지와 함께 단통법 중 지원금 상한제 조기 일몰에 대한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상한제 조기 일몰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상한제 일몰 시 지원금이 많아져 보다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는 지원금이 늘어날 경우 이와 비례해 선택할 수 있는 20% 요금할인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포함돼 있다.
특히, 기본료 폐지는 결정 여하에 따라 일회성 이슈로 그칠 수 있지만, 상한제 일몰이나 개정은 향후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다시 ‘리셋(Reset)’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메가톤급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2일 국회와 주무부처, 업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단통법(이동통신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상한제 일몰이 조기 시행될 가능성보다 단통법의 전반적인 개정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6월 임시국회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 이슈 등이 있기 때문에 단통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다.
이미 단통법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쟁점법안으로 분류돼 있는데다, 야당에서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해서 이에 보조를 맞춰 서두르는 모양새도 불편한 기색이다.
특히, 지원금 상한제가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9월말 일몰 예정이기 때문에 서둘러 상한제만 일몰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에는 인사청문회뿐만 아니라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단통법 개정을 논의할 여유가 없다”며 “6월 국회 논의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 단통법 개정 논의 시동
단통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시작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6개다. 이후 20대 국회에서는 지난달까지 17개에 이르는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변재일, 신경민, 심재철 의원 등이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지원금 상한제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 했다.
관련 개정안을 보면 신경민 의원의 발의안은 3년 동안 유지키로 한 지원금 상한제를 6개월 단축하는 내용이고 나머지 안은 전면 폐지다. 신경민 의원안 역시 일몰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할 때 사실상 국회에서는 상한제 일몰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단통법 원안에는 지원금 상한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 제정 당시 단기간에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한시적으로 상한제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여야가 앞다퉈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한다는 입장을 낸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한제 폐지 여부를 단순히 법 조항으로만 손볼 것이 아니라 다른 조항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20% 요금할인이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절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때문에 상한제 일몰 시 지원금 상한에 맞춰져 있던 20% 요금할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금이 올라가면 위약금도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위약금 상한제도 반드시 함께 논의되거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국회에서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란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일몰시점이 다가온 만큼 6월 임시국회에서는 일몰 이후를 대비하자는 데 상임위 간사 간 합의는 이뤄졌다.
국회 미방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단통법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상한제가 폐지됐을 때 과다 경쟁을 막을 방법,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연계 문제, 분리공시 도입 여부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6월에는 일단 시동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상한제 일몰로 인한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다시 지원금 중심의 경쟁으로 돌아가 단통법 이전과 같은 이용자 차별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상한제 폐지 여부는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바탕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가 조기 폐지될 경우 보조금 대란 등 과거와 같은 불법, 편법 영업행위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별로 단말기를 싸게 사고 비싸게 사는 등 이용자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부 “단통법 재검토”…위약금 상한제 도입 추진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위해 단통법 개정을 전면 검토 중이다.
미래부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에 대해선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함께 논의되는 위약금 상한제 신설은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고 위약금 상한제가 신설되면 지원금을 많이 받거나 오래 이용한 만큼 위약금 규모가 커지는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만큼 위약금 상한제 신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20% 요금할인율 인상과는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20% 요금할인은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지원금 상한제와 함께 만들어졌다. 소비자는 휴대폰 개통 시 지원금이나 20% 요금할인 중 선택할 수 있다. 때문에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면 오히려 20% 요금할인을 선택한 소비자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어 20% 요금할인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래부 관계자는 "출시 15개월이 지난 휴대폰의 경우 지원금 상한제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20% 요금할인보다 더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며 "요금할인율 인상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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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도 단통법 개정안에 대해서 고심 중이다. 방통위 또한 요금할인율인상제도 신설에 대해선 미래부와 마찬가지로 찬성 입장이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한 이통사 처벌행위 강화나 공시지원금 의무적 유지기간 연장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의 고위 관계자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 위약금 상한제 신설 등 단통법 개정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이 들어가 있다"며 "단통법은 전체적으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