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 왜 문제가 될까

[외신 브리핑] 오바마 색깔 지우기…재협상 협박?

인터넷입력 :2017/06/02 09:3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사고'를 쳤다. 2년 전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는 협약이다. 지난 해 11월 정식 발효됐다.

1. 또 다시 사고친 트럼프

트럼프는 이 중 '비구속 조항' 이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구속조항이란 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로 제한하는 핵심 의무 이외에 국가의 재량권에 맡겨져 있는 조항들을 의미한다. 사실상 탈퇴 선언이나 다름 없다.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이 부분을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Trump on Paris accord: 'We're getting out'

2. 신생매체 액시오스의 깔끔한 정리

올해 초 출범한 신생매체 액시오스가 기후협약 탈퇴 관련 뉴스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제목에 특종(scoop) 마크를 달았는데, 이 매체 특종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은 오바마 기후 정책의 유산을 말끔히 정리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오바마 시절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Trump is pulling U.S. out of Paris climate deal

3. 발칵 뒤집한 IT업계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IT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주요 IT기업들은 반박 광고를 내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기후협약을 통해 미국 비즈니스도 상당한 수혜를 입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Elon Musk, Google, Microsoft, and more decry Trump’s withdrawal from Paris accord

미국 의회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더힐'도 IT업계가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Tech world blasts withdrawal from Paris agreement

4. 마크 저커버그-일론 머스크도 발끈

'모든 걸 다 가진 청년' 마크 저커버그가 발끈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짓"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Mark Zuckerberg says Donald Trump’s decision on the Paris agreement ‘puts our children's future at risk’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행동으로 보여줬다. 실리콘밸리 경영자들 중 몇 안 되는 '친트럼프' 성향인 머스크는 이번 결정 직후 자문위원회에서 탈퇴를 해버렸다.

Elon Musk leaving Trump advisory councils following Paris agreement withdrawal

Elon Musk Quits Trump's Advisory Councils After President Pulls US From Paris Accord

5. 실리콘밸리의 엇갈린 반응

물론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이 다 반발하는 건 아니다. 일론 머스크처럼 자문위원회를 탈퇴해버린 경우도 있지만 IBM, 인텔의 최고경영자들은 여전히 트럼프 자문위원회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묘한 지형도에 대해선 액시오스가 잘 정리했다.

Paris deal decision expands Trump-Silicon Valley divide

6. 미국이 탈퇴하면 어떻게 될까

좀 더 현실적인 얘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 협약 자체가 무력화될까? 미국 경제전문 매체 쿼츠는 "never"란 대답을 내놓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이란 게 원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자발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어길 경우 제재수단이란 게 '공개적인 망신'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분의 1 가량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서 참여 여부가 중요할 순 있다. 그런데 어차피 목표 재협상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이 남아 있을 경우 협상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쿼츠는 분석했다.

Can the Paris climate agreement survive a US withdrawal?

미국이 탈퇴할 경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5%를 차지하는 146개 회원국이 남게 됐다. 이 정도면 '이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파리협약을 유지하는 덴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쿼츠의 분석이다.

7. 와이어드의 차분한 분석

또 다른 질문. 트럼프는 왜 파리협약을 탈퇴할까? 또 IT기업들은 왜 '파리협약 탈퇴'에 강하게 반발할까?

사실 파리협약 탈퇴는 트럼프의 선거 공약이었다. 미국에 불리한 협약을 재협상하겠다는. 따라서 이번 조치도 그런 행보의 일환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IT 기업들은 왜 반발할까?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나라 국가들과 비즈니스하기가 팍팍해지지 않겠는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 같은 경우엔 더더욱 반대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미국보다 더 많은 탄소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파리협약을 탈퇴한다? 그것도 니카라과, 시리아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페이스북, 구글 같은 주요 IT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명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같은 것들을 건립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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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는 그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트럼프는 탈퇴해도' 여전히 거대 IT 기업들 차원에서 기후 보호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Even Without Paris, Business Will Leave Trump Behind on Climate Change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