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알파고 쇼크’ 덕분에 닫혔던 만리장성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 못해 문을 연 중국은 ‘구글 파워’가 널리 확산되는 것만은 막았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23일 중국 저잔성 우전에서 열린 커제 9단과의 바둑대결 1국에서 한집 반 승리를 거뒀다. 1년 만에 돌아온 알파고는 한 단계 진화된 인공지능(AI) 파워를 만천하에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AI가 또 다시 승리했다는 부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7년 전 검열 요구를 견디다 못해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구글이 화려하게 돌아온 부분이 흥미롭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알파고의 승리는 구글과 지주회사 알파벳의 마케팅 승리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또 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우전은 중국 인터넷 정책 당국이 매년 사이버 공간 규제와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는 곳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알파고가 지난 해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에서 승리한 직후 AI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 이전까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몰랐던 중국은 알파고를 통해 분명한 모범 사례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글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이 늦춰진 건 아니었다. 이번 대국에 쏠린 엄청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인터넷 스트리밍 중계는 막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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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디지털타임스에는 중국 정부 요구에 따라 알파고와 커제 9단 간의 바둑 대결 인터넷 중계를 차단했다고 공지가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대로라면 중국 정부는 ‘알파고’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알파고를 앞세운 구글의 탁월한 능력이 가감없이 전달되는 건 차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