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문재인 정부에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편향적인 게임 정책을 비판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성인 이용자 결제 상한 등 온갖 규제로 인해 성장이 지체돼 왔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시장은 2011년 성장률 18.5%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2%대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업계에서는 특히 시장을 옥죄는 '셧다운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수면 보장을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이용자의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법이다.
이 법은 발의 당시부터 그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게임산업은 규제를 제대로 풀어주면 다시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일부 부처에서 성과주의로 내놓은 정책은 실효성이 미비해 자칫 산업 경쟁력만 저하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셧다운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 셧다운제, 국내 게임시장 1조 이상 위축
셧다운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연령에 상응하는 이용시간 체크, 계정별 트래픽 분석, 한도 체크 시스템 등을 추가 개발하고 테스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최소 수억 원의 비용과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개발자와 개발 기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는 자금과 인원이 부족한 스타트업과 게임 창작자들에게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한 비용은 약 33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셧다운제 시행 이후 우리나라 전체 온라인 게임 매출 규모가 약 1%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매년 550억 원 내외 수입이 감소했단 얘기다.
국내 게임 산업의 내수시장은 셧다운제 실시 이후 2013년 1천419억 원, 2014년 1조 200억 원이 감소하여 총 1조 1천600억 원 규모의 시장 위축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총 시장 규모의 약 10.7%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출 규모도 2013년 중국과 일본 수출액의 약 10.6%에 해당하는 1억 5천600만 달러(약 1천600억 원)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셧다운제가 도입된 2011년 18.5%에 이르던 게임산업 성장률은 2013년 -0.3%로 급감했다.
반면 지난 2014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문화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가 도입된 후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은 16~20분 정도 줄어들어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셧다운제는 우리나라 게임시장 전체 규모의 10%를 넘는 수준의 산업 위축을 발생시켰다며 사회적 편익을 증가시키는 긍정적 효과보다 악영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 국내서비스 중인 게임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로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많은 해외 겜임은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외국 회사에는 적용을 하지 못하고 국내 개발사만을 옥죄고 있어 글로벌 진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셧다운제는 우리나라 게임사가 세계적으로 강점을 가지고 있던 온라인게임을 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소규모 게임사를 비롯해 대형게임사가 규제가 덜한 모바일게임으로 이동했지만 중국 등 해외 게임사가 이미 모바일게임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다수의 게임사가 모바일게임 개발로 이동하면서 온라인게임 역시 국내 신작 개발이 줄어들고 PC방 점유율 절반 이상을 외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역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게임사가 매출 상위에 다수 올라있다.
웹젠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게임과 달리 외국 게임은 셧다운제 적용을 받지 앋는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며 셧다운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개발역량 약화로 경쟁력 약화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산업 성장률이 급감하면서 200개에 육박했던 국내 대학의 게임 관련 학과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양질의 인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더불어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성인용 게임 개발에 쏠리면서 창의적인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못하다는 업계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최승훈 정책보좌역은 "2000년대 초 중반에는 중소규모의 개발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역량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양질의 게임이 나오지 못하면서 해외시장에서 국내 게임의 주목도가 약해지고 있다"고 게임/미디어콘텐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통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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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창의성이 뛰어난 게임이 주로 나오는 지역을 보면 규제가 최소화되고 진흥에 집중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라고 본다"며 "특히 규제로 인해 사전에 고려하는 제한선이 생기면서 유사한 게임이 늘어나고 게임 시장의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은 현실적인 인프라 없이도 고부가가치 생산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미래 유망사업"이라며 "게임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국가 미래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