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시대, 은산분리 완화 제동 걸리나

후보시절, 금산분리로 의결권 행사 제한 입장 밝혀

금융입력 :2017/05/10 18:04    수정: 2017/05/10 18:04

송주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우선 과제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집에서 “금산분리로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켜 금융 계열사의 타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규제에 대한 입장이 재벌 기업들이 소유한 보험, 증권, 카드 등 제2금융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이 보이지만 큰 그림에서 산업이 금융을 소유하는데 부정적이라는 입장이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금물살을 타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금융위가 예비인가를 냈다. K뱅크는 9월 말 본인가를, 카카오뱅크는 11월 본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나올 떄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에 비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 이학영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에서 벌어진 정무위원회 인터넷전문은행 공청회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해 1년 동안 지켜본 후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세계 금융산업이 핀테크 혁명 속에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여전히 은산분리 규제라는 걸림돌에 사업 확장의 길이 가로막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하려면 의결권 기준 4%로 묶여 있는 기업의 자본금 제한 규제를 풀어야 하고 ICT 기업이 지분을 높여 은행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 기조로 볼 때 이 길이 더 험난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산분리 규제가 후진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이석근 교수는 “은산분리는 55년전에 만들어진 규제”라며 “기업이 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늘어났고 은행만을 바라보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은산분리 규제는 후진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출범 후 겨우 한달만에 관심을 집중시키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범 후 24일동안 하루 평균 1만명 꼴 가입자를 유치하며 24만명을 넘겼고 수신 2천848억원, 여신 1천865억원을 넘어서는 등 짧은 시기에 큰 성과를 거뒀지만 이를 이어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또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규제를 없애고 콘트롤 타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질의한 산업 육성 정책과 관련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며 송금, 결제, P2P 금융플랫폼서비스, 금융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 모든 핀테크 분야에 있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각종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금융당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규제철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체계 개편에 대해 현행 사전예방 중심 규제가 핀테크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소비자보호에 미흡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금융, 핀테크 분야 사전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관련기사

사전규제 완화는 사후규제 강화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진중히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근 교수는 “규제자 입장으로 산업 활성화를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이것 따지고 저것 따지면서 산업을 육성할 수 없으니 일을 막는 규제기관이 아니라 일을 수행하도록 권하는 진흥기관에서 산업 전략을 짜는 것도 고려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