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측 "순환출자 해소 과정서 특혜 받은 사실 없어"

李 9차 공판…특검 "삼성 계열사 합병 과정서 청와대·공정위에 부정청탁해"

디지털경제입력 :2017/04/28 18:18    수정: 2017/04/28 18: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 ‘순환출자 해소’ 과정서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제 9차 공판에선 삼성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주식 매각 과정에 특혜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날 특검은 당시 보도자료와 피고인들의 문자메시지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3개월 뒤, 삼성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불법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0월 삼성이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해 삼성 측에 이를 해소하라며 주식처분명령을 내렸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는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검은 “공정위가 1천 만주 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다시 이를 번복했다”면서 “이 과정서 삼성이 공정위를 움직일 수 있는 청와대에 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삼성SDI 측에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1천 만주 처분 결정을 내렸던 공정위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돌연 500만 주 처분 결정으로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공정위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제수석실 행정관 등에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며 청탁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은 줄곧 삼성의 각종 로비와 청탁에 공정위가 결정을 번복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이 부회장이 로비와 청탁을 지시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로비 지시를 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특검이 논리 전개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정위 내부에서도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는 논의 과정에서 삼성이 처분해야 하는 주식수가 달라진 것일 뿐, 로비와 청탁으로 인한 결정 번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그룹에 대한 결정이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 2014년 7월 시행된 이후 적용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었다.

순환출자 금지 규정 도입 이후 법 집행 사례가 없었고 법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만큼 공정위에서 내부 검토를 여러 번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어 특검은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전략팀장(사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통화 기록 및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로비의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또 특검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과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문자메시지 착발신 내역도 공개했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15년 11월 현 수석에게 “바쁘시겠지만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사장과 함께 뵙고 싶으니 시간을 내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특검은 "삼성이 이런 식으로 공정위에 청탁과 로비를 벌인 결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가 1천 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어든 특혜를 받게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김종중 전 사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의 만남 등 로비 의혹에 대해서 “이는 삼성이 공정위에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결코 부정한 청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성이 결국 청와대에 로비와 청탁을 한 것이 아니냐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청와대에 계속 보고하는 것은 당연히 업무협력 관계상으로 봐야한다”며 “당시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현대자동차 관련 순환출자 역시 계속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부로 서류증거 조사와 비진술증거 조사를 모두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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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판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전 대한승마협회 회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전 승마협회 부회장)의 조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총 9차례의 공판 동안 증거조사가 진행될 만큼 증거 개수과 양이 방대했다.

다음달 2일부터는 이 부회장 등의 재판에서 본격적으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첫 번째 증인으로는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승마선수 최준상 씨와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