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 시설처럼 엄격하게 규제해선 안된다.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트럼프 정부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이끌고 있는 아짓 파이 위원장이 ‘망중립성 죽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파이 FCC 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뉴지엄에서 열린 행사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대에 확립된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뉴지엄은 뉴스에 대한 모든 것을 모아놓은 박물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 "FCC의 2015년 규정은 큰 실수"
이날 연설에서 아짓 파이 위원장은 “2년 전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제정할 때)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에 대한 규제 역시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짓 파이가 이날 비판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5년 FCC가 통과시킨 ‘오픈인터넷규칙’이다. 당시 톰 휠러가 이끌던 FCC는 유선 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 사업자들도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면서 강력한 커먼 캐리어 의무를 부과했다.
오바마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AT&T, 컴캐스트 같은 미국 통신, 케이블 사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FCC가 오픈인터넷규칙을 제정한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면서 연방항소법원에 제소하기도 했다.
친통신 성향이 강한 트럼프 정부는 일찍부터 2015년 제정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할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트럼프가 FCC 위원장으로 임명한 아짓 파이는 대표적인 망중립성 반대론자이다.
아짓 파이 위원장은 26일 연설에서 유무선 ISP를 타이틀2로 분류한 부분을 원상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이 위원장은 “망중립성의 기본 생각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2015년 규칙은 너무 멀리 나갔을 뿐 아니라 오픈인터넷을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겐 자발적인 책임만을 부과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지킬 방법에 대해 일반인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을 통해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2015년 제정된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아짓 파이는 지난 주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페이스북, 오라클, 시스코, 인텔 등의 고위 경영자들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도 2015년 오픈인터넷규칙을 수정하면서도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신-케이블업계 "환영" vs 소비자-테크 스타트업 "우려"
아짓 파이의 연설에 대해 통신, 케이블 사업자들은 즉각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에 드리워진 숨막히는 규제 먹구름을 제거하겠다는 파이 위원장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 단체와 기술 스타트업들은 FCC 위원장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소비자단체들은 망중립성 원칙이 비즈니스에 피해를 준다는 통신사업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이 발효된 이후에도 오히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의 망투자가 5% 가량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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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Y콤비네이터를 통해 탄생한 800여 테크 스타트업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망중립성 원칙이 없을 경우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려낼 능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