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뒤처진 이유

"단기성과 주의, 느슨한 경쟁, 부족한 외부 설득"

인터넷입력 :2017/04/25 12:04    수정: 2017/04/25 13:58

“대기업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스타트업을 만나면 깜짝 놀란다. 만나보니 애들이더라, 매출이 없더라면서 충격을 받는다. 투자 하면 얼마나 수익이 나느냐만 고려한다. 스타트업을 하청업체 보듯 하는 대기업의 관점이 문제다.” (국민대 김도현 교수)

“우리 벤처캐피탈 업계가 너무 서로 친하다. 서로 경쟁을 치열하게 안 한다. 개인적으로 친한 거랑, 사업적으로 경쟁하는 건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를 믿고 경쟁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김한준 알토스벤처 대표)

정부의 예산 지원과 스타트업 육성 정책에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이 많이 이뤄졌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평가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여전히 미국 실리콘밸리 주도로 혁신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고, 해외에서 의미 있는 실적을 내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찾아보기 힘든 게 우리의 현주소다.

이에 업계 전문가와 종사자들은 대기업, 정부가 잘못을 깨닫는 것뿐 아니라, 스타트업 업계 스스로도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왼쪽부터 김도현 교수, 김태호 대표, 김한준 대표, 임정욱 센터장, 김국현 대표.

■글로벌서 뒤처진 한국 스타트업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5일 ‘새로운 시대, 혁신 스타트업이 답이다’란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인 굿인터넷클럽을 개최했다. 행사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국민대학교 김도현 교수, 김태호 풀러스 대표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먼저 임정욱 센터장은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화에 뒤떨어져 있다는 현실 진단과 함께, 서울이 글로벌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순위에도 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뒤늦게 출발한 중국의 경우는 베이징과 상하이가 빠르게 글로벌 스타트업 순위에 올랐다며, 중국 스타트업의 급부상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임 센터장은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 강력한 정부 지원, 스타트업 숫자, 기업가치, 투자 환경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엑시트가 안 되고 국내에만 국한돼 있는 게 단점”이라며 “창업이 늘고, 대학으로부터 좋은 인재를 공급받고, 실패를 감수하는 스타트업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벤처캐피탈(VC) 역할에 대해 그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고, 창업자 출신의 VC가 늘어야 한다”면서 “시리즈 B 이상의 투자를 과감하게 하는 민간 VC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문제는 뭘까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이들이 기업가치 1조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인수합병(M&A)하는 사례들이 활발해져야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도현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스타트업을 하청업체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했다. 또 이들의 단기 성과주의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기업 문제는 멀리 보는 안목이 없는 단기 성과주의다. 창업주들이 아닌 사람이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타트업을 하청업체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김한준 대표는 우리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M&A에 관심을 기울이되, 명확한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구글, 페이스북 등은 가령 한 달 28일 이상 사용하는 서비스면 우리는 무조건 큰 돈 주고 산다와 같은 구체적인 M&A 방향이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이런 명확한 방향이 있어야 투자사 입장에서도 좋은 스타트업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문제는 뭘까

김태훈 풀러스 대표는 혁신을 위한 기다림의 비용을 치루지 않는 우리 미디어의 문제를 스타트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혁신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잡음들을 무조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를 공론화 한다는 문제 제기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은 작은 실패를 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방향을 보정한다”면서 “이를 하나의 과정과 진통으로 바라봐 주고 사업적 가치를 바라보고 기다려줄 수 있는 끈기가 힘인데, 지나친 미디어의 비판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가 만들어지곤 한다”고 말했다.

김도현 교수는 혁신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이 외부에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들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혁신을 꾀하는 울타리 안과, 기존 전통 산업에 익숙한 외부의 온도차를 줄이려는 그간의 노력들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또 그는 업의 본질을 잊고 정부의 지원에 중독돼 가는 현상에 대한 문제도 따끔하게 짚었다.

김 교수는 “우리는 혁신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밖에서는 모른다. 이를 설득해야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면서 “정부 지원,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중독되는 경우도 있는데 본질이 흐려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한준 대표는 경쟁을 통한 스타트업 발전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자유로운 해고가 자유로운 채용을 가능케 하고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논리도 폈다. 또 국내 VC들의 경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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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더 되는 경쟁을 유도하는 거라면 어떤 법이든 어겨도 좋다는 식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문화에는 잘 맞지 않지만 사람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어야 겁 없이 채용할 수 있고, 경쟁이 일어나야 좋은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과 사를 구별해 VC들도 서로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야 한다”며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 안에 경쟁요소를 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