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정기수기자)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의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AV) 컨트리맨이 다시 한 번 진화했다. BMW 그룹은 BMW와 MINI 브랜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SAV'라고 부른다. 타사의 SUV보다 역동적인 주행성능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2세대 모델인 '뉴 미니 컨트리맨'은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인 '미니멀리즘'에 실용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A클래스와 국내 프리미엄 소형 SUV시장에서 자웅을 겨루게 될 전망이다.
미니는 올해도 국내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미니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8천632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미니는 '5 히어로(HERO)'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5 히어로즈는 MINI의 5개 핵심 모델로 ▲해치백 ▲존 쿠퍼 웍스(JCW) ▲컨버터블 ▲클럽맨 ▲컨트리맨 등이다. 해치백에는 '개인주의자(individualist)', JCW에는 '도전자(challenger)', 컨버터블에는 '자유로운 영혼(free spirit)', 클럽맨에는 '신사(gentleman)' 등의 별칭이 붙었다.
미니 총괄 조인철 이사는 "'5 히어로'에 각각의 개성을 살린 차별화된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며 "2세대 컨트리맨에는 '모험가(Adventurer)'라는 캐릭터를 부여하고 레저활동을 즐기는 고객과 젊은 가족을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는 올해 신형 모델의 가세를 통해 컨트리맨의 판매 비중을 전체의 2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뉴 컨트리맨을 만나봤다. 시승차는 고성능 모델에 4륜구동이 적용된 최상위 트림 '쿠퍼 SD 컨트리맨 ALL4'였다. 시승은 BMW 드라이빙센터를 출발, 미단 시티와 왕산 마리나를 거쳐 다시 돌아오는 약 38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외관은 우선 미니 차량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눈으로 보기에도 한층 커졌다. 뉴 MINI 컨트리맨의 차체 크기는 길이 4천299mm, 폭 1천822mm, 높이 1천557mm다. 이전 모델보다 각각 199mm, 33mm, 13mm가 늘어났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척도인 휠베이스(축간거리) 역시 2천670mm로 75mm가 늘어났다. 국산 준중형 SUV인 투싼, 스포티지와 동일한 수준이다. 신장 177cm의 기자가 뒷좌석에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여유가 있다.
시승차는 센터레일이 없는 5인승 모델로 아주 큰 덩치만 아니라면 3명의 성인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앉기에도 무리가 없다. 어린 자녀 2명을 동반하고 승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다른 미니 모델과 달리, 4개의 도어를 갖춰 뒷좌석 승하차도 부담이 없다.
앙증맞은 미니 고유의 디자인을 대표하던 동글동글하던 헤드라이트는 모서리마다 다소 각을 넣어 다부진 형상으로 변경됐고, 여기에 커다란 공기 흡입구가 조합돼 강렬한 인상으로 탈바꿈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스티어링휠 너머로 보이는 개성 넘치는 커다란 원형 계기판이 여전히 반갑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둥근 형태의 8.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서는 내비게이션 등을 조작할 수 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주간 주행 중에도 눈에 잘 들어올 만큼 시인성이 높다. 차량 속도와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된다. 다만 대시보드 위쪽에 유리 반사판을 올려 정보를 비추는 방식인 점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적재공간도 충분하다. 리어시트를 접지 않아도 트렁크 용량이 450리터다. 시트를 다 접으면 1천390리터에 달한다. 이지 오프너 기능도 유용하다. 트렁크 아래에 발을 갖다 대면 손쉽게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열리는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익숙한 토글 스위치로 시동을 걸고 BMW 드라이빙센터를 나서는 동안 카랑카랑한 디젤 엔진 특유의 엔진음을 제외하고는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평일 오전인 관계로 차량 통행이 뜸했던 영종해안북로에 들어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 뒤 가속 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넣자 금새 100㎞/h까지 부드럽게 가속됐다.
시승차에는 2.0리터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자동 8단 스포츠 스텐트로닉 변속기가 맞물려 고속주행이 한층 부드럽고 유연하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4초다.
고속으로 곡선 구간에 진입해도 차체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날카롭게 코스를 타며 빠져나온다. 뉴 컨트리맨에 적용된 미니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All4'가 기존 전기기계식 방식에서 전기유압식 사륜구동 클러치 방식으로 변경돼 다양한 노면과 주행 상황에 반응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진 덕택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견고한 하체 역시 주행 안정감을 더했다. 고속으로 질주할수록 차체가 낮게 깔렸다. 다만 다른 미니 모델들과는 달리 '고카트(gocart)'라고 불리는 특유의 승차감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덜하다. 노면의 감각이 스티어링휠에 전달되는 느낌도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패밀리 세단이라는 특성에 걸맞춰 서스펜션의 리바운딩(rebounding) 성향을 다소 낮춰 세팅한 듯 싶다.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잘 잡았다.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디젤 특유의 엔진음에 익숙하지 않다면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스포츠 모드가 아닌 미드나 그린 모드에서는 거친 엔진음이 다소 줄어든다.
시승차의 복합 연비는 13.1km/ℓ다. 이날 시승을 마치고 난 뒤 최종 확인한 연비는 11.3km/ℓ였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과 성인 3명이 탑승한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뉴 컨트리맨에는 다양한 안전·편의사양도 적용됐다. 모든 라인업에는 브랜드 최초로 카메라 기반 전방 추돌 경고 장치인 '액티브 가드'가 탑재됐다. 이 장치는 전방의 물체와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디스플레이 표시와 경고음으로 운전자에게 충돌 위험을 알려준다. 10~60km/h에서는 브레이크가 개입해 작동한다. 다이내믹 스테빌리티 컨트롤(DSC)은 차량 움직임을 감지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자동으로 측정, 휴식이 필요한 경우 피로도 경고를 알람으로 알려준다.
드라이빙 센터로 돌아와서는 뉴 컨트리맨의 오프로드 성능을 직접 체험했다. 급경사, 사면로, 요철, 바위길 등 다양한 코스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갑자기 거세진 빗줄기로 흠뻑 젖은 급경사면 주행에서 보여준 주행성능이 돋보였다. 측면으로 약 36도 기울어진 길에 올라타서도 차량은 미끄러지거나 뒤집히지 않고 안정적으로 탈출했다.
ALL4는 주행 상황에 맞춰 4개의 앞·뒤바퀴에 각각 0에서 100의 구동력을 분배할 수 있다. 경사로를 지날 때는 노면에 닿아있는 2개의 바퀴에 모든 동력이 배분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설명이다.
급경사 오르막길을 오를 때엔 잠시 멈췄다가 재출발해도 차체가 뒤로 밀리지 않는다.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미니 컨트리 타이머' 기능도 유용하다. 까다로운 지형에 차량이 들어서면 운전 난이도의 정도를 자동으로 기록, 시각적으로 오프로드 주행 시간 및 주행 빈도 등 데이터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관련기사
- MINI "2018년 국내 시장서 1만대 시대 연다"2017.04.17
- BMW, 상하이모터쇼에 '뉴 5시리즈 롱 휠베이스' 최초 공개2017.04.17
- 발로 뛰는 김효준, 수입차 판 흔드는 BMW 뉴 5시리즈2017.04.17
- 수입차 3월 판매 전월比 36.2%↑ 'BMW 5시리즈' 효과2017.04.17
큰 폭으로 상품성이 개선된 만큼, 가격도 올랐다. 뉴 컨트리맨의 가격은 4천340만~5천540만원이다. 이날 시승한 쿠퍼 SD 컨트리맨 ALL4가 가장 비싸다. 벤츠 GLA 200d의 가격은 5천50만~5천190만원에 형성돼 있다.
뉴 컨트리맨은 미니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 보다 커진 차체를 기반으로 활용성을 높여 패밀리카로 진화한 모델이다. 한 때 만족스러웠던 기존 미니 모델들이 자녀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좁고 불편해졌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뉴 컨트리맨의 등장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