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볼륨 모델 '신형 5시리즈'가 봄바람에 올라탔다. 지난달 BMW 코리아 출범 이후 월간 최다 판매 신기록을 견인했다. 특히 수장인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은 판매 첨병을 자처하며 국내외를 발로 뛰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7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BMW 신형 5시리즈는 1천832대(구형 일부 포함)가 팔려나갔다. 당장 계약해도 차량을 건네받는 데 약 3개월이 소요된다. BMW 코리아는 신형 5시리즈를 앞세워 지난달 6천164대의 판매고를 기록,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첫 월간 6천대 판매를 돌파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6천737대)와의 판매량 차이는 573대로 턱 밑까지 추격했다. 올 1월 4천433대, 2월 2천332대에 달했던 양사 간 판매량 격차가 순식간에 줄어든 셈이다. 신형 5시리즈는 공식 출시 전 사전계약이 4천대를 돌파하는 등 판매 돌풍이 예견됐다. 실제 공식적으로 판매량 집계가 이뤄진 지난달 흥행 예감은 현실이 됐다.
BMW코리아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에 오히려 물량 공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김효준 사장은 "뉴 5시리즈의 물량만 충분하다면 사상 최대 판매량 갱신도 노려볼 만 하다"면서 "초도 물량은 2만대인데, 그 이상 확보하는 게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내에서 신형 5시리즈의 대기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 전 세계 BMW 140개 지사의 물량 확보 경쟁 속에서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본사에 적극 어필하며 일찌감치 초도물량 2만대를 확보했다. 신형 5시리즈는 출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물량 확보가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BMW 글로벌 지역별 판매법인마다 본사와의 조율을 통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BMW코리아 김효준 호(號) 20년 순항을 위한 연임 첫 해를 맞은 수장이 잰걸음에 나섰다. 김 사장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신형 5시리즈의 국내 물량 확보를 위해 올 들어 매달 한 번 꼴로 독일을 오가고 있다. 지난달 초에도 독일 본사로 날아가 신형 5시리즈의 추가 물량 수급을 조율했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김효준 사장이 직접 독일 본사 경영진들과 만나 뉴 5시리즈의 추가 물량을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신형 5시리즈가 조기 투입될 수 있었던 배경도 김 사장이 발빠르게 움직인 덕택이다. 신형 5시리즈의 글로벌 출시일과 국내 런칭 시점 차이는 불과 열흘이다. 김 사장이 본사와 수 차례 협의를 거쳐 당초 일정보다 한 달가량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물량 확보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올해 판매 목표로 잡은 2만대 달성은 물론, 초과 달성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BMW 5시리즈는 신형 모델에 대한 대기수요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1만7천223대가 판매됐다. 특히 신형 5시리즈에 적용된 반자율주행 기술 등 첨단 사양들에 대한 고객 반응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최첨단 반자율주행 시스템과 안전사양을 갖춘 뉴 5시리즈는 국내 프리미엄 수입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신형 5시리즈는 엔트리 트림(6천630만원)부터 300만원 상당의 반자율주행 패키지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기본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레이더 및 초음파 센서와 함께 차량 주변을 상시 감시한다. 새로 추가된 '차선 컨트롤 어시스턴트(Lane Control Assistant)'는 차선 유지 및 변경을 포함, 장애물을 인식해 갑작스러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지능형 속도제어 어시스트(Intelligent Speed Assist)도 추가돼 운전자가 원하는 경우 정지 상태에서 210km/h에 도달할 때까지 차량이 가속, 제동, 핸들링을 제어한다.
7시리즈에 탑재한 동작인식 컨트롤 기능, 터치 디스플레이 등도 적용됐다. 또 옵션 가격만 500만원에 달하는 'M스포츠 패키지'도 전 라인업에 기본 탑재되고 'BMW 디스플레이키'도 기본 제공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볼륨모델인 5시리즈는 기본적인 수요가 있는 데다, 상품성을 크게 개선한 신형 모델에 대한 기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뉴 5시리즈의 신차 효과가 본격화되는 4월부터는 판매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판매보다 지속 성장이 우선"
다만 김 사장은 경쟁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을 단순한 판매 거점으로만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행보를 걷는다.
김 사장은 "판매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김 사장은 신형 5시리즈 출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1등이라는 순위가 갖는 의미는 단지 판매대수만 갖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5년, 10년 지속 가능한 성장의 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이 부분에서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MW 코리아는 다음달 1천3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안성물류센터를 오픈한다. 또 연구개발(R&D)센터에도 200억원을 투입하고 연말까지 본사 파견 직원을 포함해 20명의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딜러사 AS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도 2천억원을 투자하고, 인천 송도에 2018년 2월 준공될 BMW 콤플랙스(복합단지)에도 450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붇는다.
국내 1위 통신업체 SK텔레콤과 국내에 적용 가능한 5G 커넥티드카를 개발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 것 역시 BMW코리아가 국내 시장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히는 대목이다. BMW 코리아는 국내에 가장 먼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커넥티드카는 휴대폰에 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은 것 이상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차세대 스마트카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시장의 국내 주도권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견적실명제도 차량 유통 투명성을 높인 사례로 손꼽힌다. 시장에서는 제도 도입을 통해 견적의 투명성을 높여 딜러간 출혈 경쟁은 막고, 고객들에게는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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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막을 내린 2017 서울모터쇼 현장에서도 김효준 대표의 행보는 다른 수입차 브랜드 대표들과는 사뭇 달랐다. 플래그십 7시리즈의 고성능 버전인 '뉴 M760Li x드라이브'와 신형 5시리즈 등 25개 모델을 전시한 자리에서 김 사장은 프롬프트틀 통해 쉴새 없이 작성된 내용을 확인하며 보고 읽는 수준에 그친 다른 대표들과는 달리, 자신 있고 확신에 찬 어조로 2020년 완전자율주행차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BMW 그룹의 비전과 국내 투자 강화에 나서는 BMW코리아의 청사진 등 경영 메세지를 미디어에 전달했다.
"국내 시장에서 궁극적으로 신뢰를 확보해 시장에 투명성을 부여하고 고객 효용을 넓히는 등 지속가능한 가치를 마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냈다"는 김 사장의 자평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