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100km/h 'BMW 뉴 5시리즈' 운전대서 손 떼보니

고성능 입은 차체에 진화한 자율주행...연비도 만족

카테크입력 :2017/02/22 09:49    수정: 2017/02/22 17:53

정기수 기자

올해 수입차 시장 최대 기대주인 'BMW 신형 5시리즈'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가장 큰 특징은 반자율주행 패키지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시스템'과 남성들의 로망인 'M 스포츠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된 점이다.

반자율주행 패키지는 기본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레이더 및 초음파 센서와 함께 차량 주변을 상시 감시해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와의 충돌을 피해 핸들링을 제어한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5년 후 완전자율주행차를 출시할 예정인 BMW그룹은 뉴 5시리즈에 보다 진화한 반자율주행 기능을 적용, 안전가치를 한층 높였다"면서 "또 다른 차원의 드라이빙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BMW 뉴 5시리즈(사진=BMW 코리아)

7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BMW 뉴 5시리즈의 시승은 서울 강남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서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를 왕복하는 약 13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7천120만원짜리 뉴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모델이다. 파르나스 타워로 돌아오는 약 65km 구간을 주행했다.

운전석에 앉자 나파 가죽의 컴포트 시트가 몸을 감싸는 착좌감이 만족스럽다. 요추 지지대와 통풍 기능도 적용됐다. 뉴 5시리즈에는 상위 차급인 7시리즈에 탑재한 제스처 컨트롤 기능도 적용됐다. 간단한 손동작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전화, 오디오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실제 별 다른 설정 없이 센터 콘솔 위쪽에서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자 음량이 조절됐다.

기본 제공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BMW 디스플레이 키'를 이용해 차량의 남은 연료량과 주행가능거리를 비롯해 윈도와 잠금 상황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유리에 주행 정보를 표시해 운전을 돕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풀컬러로 70% 커졌다.

BMW 뉴 5시리즈 시승 도중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반자율주행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평일 오후에 치러진 시승인 관계로 다소 한적했던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 들어서 100km/h로 속도를 올린 후, 스티어링 휠(운전대) 왼쪽에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 버튼을 눌렀다. 계기판에 초록색 점멸등이 켜지며 작동 중임을 알려준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자 알아서 차선을 유지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알아서 전방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주행 도중 갑자기 다른 차선에서 차량이 진입하면 끼어든 차량과의 거리에 맞춰 다시 차량 간격을 조정했다. 곡선 구간에서도 차는 차선을 읽는 듯이 부드럽게 선회했다. 이 기능은 210㎞/h까지 작동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BMW 코리아 관계자는 "기존에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가 단순히 '경고'를 전달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면 뉴 5시리즈는 차량이 실제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과 제동, 가속까지 개입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10초 정도 지나면 붉은색 점멸등이 켜진다.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의미다. 스티어링 휠에 손가락만 대고 있으면 이대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도 있을 듯하다. 정체가 심했던 도심 구간에서도 쓸모가 많았다. 다만 옆 차량이 급작스럽게 차선을 바꿔 들어오는 경우에는 다소 반응이 늦다. 다급한 경고음과 함께 급제동이 걸려 충돌을 회피해 준다.

반자율주행 기능을 꺼두지 않은 채 방향지시등 작동을 잊고 차선을 변경하면 스티어링 휠이 조작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꺼놔야 당황하는 일이 없을 듯하다.

뉴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엔진룸(사진=지디넷코리아)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에 힘을 넣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눌러 밟자 금새 100/km를 넘어 150km/h까지 치고 나간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6초에 불과하다. 순발력도 발군이다. 앞 차를 추월할 때도 주저없이 뛰쳐나간다.

시승차에는 신형 2.0리터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200km/h 언저리까지도 힘든 기색 없이 미끄러져 나간다. 다소 거칠게 차량을 몰아부치며 급가속을 반복했지만 RPM은 4천 이상을 넘지 않고 부드럽게 변속됐다.

코너링 성능도 만족스럽다. 고속의 선회 구간에서도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했으나 날카롭게 코스를 탄다. 높은 토크로 코너링시 감속과 가속을 반복해도 신속하게 반응하며 치고 나간다. 정숙도 역시 만족스럽다. 이날 시승 내내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고속 주행에서도 동승자와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조용한 실내에서 디젤 엔진음이 부각될 정도였다.

18인치 타이어를 신은 시승차의 복합 연비는 13.9km/ℓ다. 이날 시승을 마치고 난 뒤 최종 확인한 연비는 13.7km/ℓ였다. 과속과 급제동을 거듭하는 시승의 특성과 성인 3명이 탑승한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다. 평상 주행시 리터당 공인 연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BMW 뉴 5시리즈(사진=BMW 코리아)

시승을 마치고 외관을 천천히 살펴보자 이전보다 커진 덩치가 눈에 띈다. 특히 클래스 헤드라이트 커버가 키드니 그릴과 연결돼 넓은 차폭을 강조해 도로 위에 낮게 깔린 듯한 형상을 연출했다. 기본 적용된 M 스포츠 패키지로 곳곳에 고성능의 외관이 더해진 데다, 짧은 오버행과 새로 추가된 스웨이지 라인이 어울려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인상을 준다.

이전 세대보다 덩치는 더 커졌지만 무게는 가벼워졌다. 또 더 단단해졌다. 신형 5시리즈의 전장은 4천935mm로 기존 모델보다 28mm 늘었다. 전폭(1천868mm)과 전고(1천479mm) 역시 각각 8mm, 15mm 확대됐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척도인 휠베이스(축거) 역시 2천975mm로 7mm 더 넓다. 경쟁 모델인 E클래스(전장 4천925mm, 전폭 1천850mm, 전고 1천460mm, 휠베이스 2천940mm)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엔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축적된 경량화 기술을 적용, 공차중량(유럽 기준)을 최대 115kg 줄였다. 경량 소재를 차체 윗 부분에 집중 적용해 무게 중심도 낮췄다. 단순한 무게 줄이기가 아닌, 보다 더 잘 달리기 위한 체계적인 감량에 초첨을 뒀다. 이밖에 도어에서 6kg, 클러스터에서 2kg,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3kg, 타이어와 바퀴에서 9kg, 트렁크 도어에서 4.2kg을 각각 무게를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MW 뉴 5시리즈는 300만원 상당의 반자율주행 패키지와 옵션가 1천만에 달하는 M 스포츠 패키지를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하고 가격은 6천630만~8천790만원에 책정했다. 트림별로는 이전 6세대보다 170만~300만원가량 가격이 인상됐지만 기본 적용된 사양들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옵션에 따라 9가지의 다양한 트림 구성으로 고객 선택 폭도 넓혔다.

벤츠가 이달부터 차량 가격을 평균 약 0.8% 인상한 점도 호재다. 신형 E클래스의 경우 트림에 따라 60만~70만원 정도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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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은 "BMW 뉴 5시리즈는 아주 넉넉한 사이즈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첨단 반자율주행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안전·편의사양은 물론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디자인을 갖췄다"면서 "뉴 5시리즈는 국내 수입 중형세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4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신형 5시리즈는 이달 17일 기준 4천대 계약을 돌파했다. BMW코리아는 신형 5시리즈를 올해 국내시장에서 지난해보다 약 17% 증가한 2만대 이상 팔아치운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