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5시리즈가 마침내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국내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진검 승부가 불가피하다.
신형 5시리즈는 6세대 출시 이후 7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모델이다. 일단 초반 흥행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상반기 신차 중 최대어로 꼽힌 기대감에 걸맞게 계약 추이가 가파르다.
최대 경쟁 모델인 E클래스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도 받는다. 연간 판매량이 2만여대에 육박하는 각사의 볼륨 모델인 5시리즈와 E클래스의 대결 결과는 올해 수입차 왕좌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5시리즈만 놓고 보면 한국은 BMW그룹 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시장이다. E클래스 역시 전 세계 시장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이 팔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E클래스의 신차 효과가 절정을 지나 서서히 무뎌지는 시점을 감안하면, 뉴 5시리즈를 앞세운 BMW 코리아의 1위 탈환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22일 BMW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신형 5시리즈는 이달 17일 기준 4천대 계약을 돌파했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수 31일 기준 일평균 130여대 수준의 계약이 이뤄진 셈이다.
뉴 5시리즈의 사전계약 대수는 지난해 구형 6세대 5시리즈의 월평균 판매량(약 1천435대)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벤츠코리아의 작년 수입차 판매 1위를 견인했던 E클래스의 월평균 판매량 1천900여대도 이미 뛰어넘었다.
사전계약 추이를 봐도 뉴 5시리즈의 소폭 우세다. E클래스는 지난해 5월 출시 전까지 4천대 계약대수를 돌파하는 데 영업일수 기준 38일이 소요됐다. 이어 E클래스는 지난해 6월 말 차량 출고 직전까지 3개월여간 총 9천여대의 계약고를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계약 추이를 감안하면 뉴 5시리즈 역시 비슷한 수준이나 그 이상의 계약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BMW코리아는 신형 5시리즈의 올해 판매 목표를 작년 대비 약 17% 증가한 2만대 이상으로 잡았다. 5시리즈는 예고된 세대 교체로 대기수요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1만7천223대가 판매돼 BMW 코리아 전체 판매량의 36%를 책임졌다.
김 사장은 "BMW 뉴 5시리즈 출시 이전과 이후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나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수입 중형세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BMW 코리아는 4만8천459대를 판매해 벤츠 코리아(5만6천343대)에 8년 만에 수입차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양사의 전체 판매량 격차는 8천여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E클래스는 2만2천837대, 5시리즈는 1만7천223대가 팔렸다. 올해 장담한 대로 신형 모델을 앞세워 5시리즈가 연간 2만대 판매를 넘어설 경우 BMW 코리아의 1위 탈환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기대를 뛰어넘는 계약 수요에 회사 측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상황이다. 전날 열린 신차 공개 행사 이후에 계약 추이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는 후문이다. 원활한 판매를 위해 충분한 물량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BMW코리아 김효준 호(號) 20년 순항을 위한 연임 첫 해를 맞은 수장이 잰걸음에 나섰다.
김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뉴 5시리즈의 인기가 높아 물량 확보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초도 물량은 현재 2만대 내외인데 그 이상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주 독일 본사에 가서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적극 어필하며 물량 확대를 요청했다. 다음달에도 독일 출장이 예정돼 있다.
다만 김 사장은 "1등이라는 순위가 갖는 의미는 단지 판매대수만 갖고 얘기할 수 없는 것"라면서 "5년, 10년 지속 가능한 성장의 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이 부분에서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형 5시리즈 vs E클래스, 경쟁력은?
BMW 뉴 5시리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똑똑해진 머리다. 완전 자율주행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반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시스템'이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됐다.
300만원 상당의 이 반자율주행 패키지는 기본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레이더 및 초음파 센서와 함께 차량 주변을 상시 감시해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와의 충돌을 피해 핸들링을 제어한다. 돌발 상황이 빈번한 도심은 물론 안전하고 편안한 장거리 주행을 구현하는 미래 기술이다. 이 기능은 시속 210km까지 작동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기존에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가 단순히 '경고'를 전달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면 뉴 5시리즈는 차량이 실제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과 제동, 가속까지 개입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고성능을 입힌 외모도 강점이다. 뉴 5시리즈에는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남성들의 로망인 'M 스포츠패키지'가 전 라인업에 기본으로 들어간다. M 스포츠패키지의 옵션 가격은 1천만원 상당에 달한다. 통상 BMW는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부터 M 패키지를 신차에 적용해왔다.
특히 뉴 5시리즈는 전 모델에 반자율주행 기술과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하고도 엔트리 트림 기준 6천630만원이라는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트림별로는 이전 6세대보다 170만~300만원가량 가격이 인상됐지만 기본 적용된 사양들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경쟁 모델인 E클래스는 최상위 모델인 E400에만 적용해 오던 반자율주행 기능을 뉴 5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E300까지 확대 적용했다. 반자율기능이 기본 장착된 E3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의 가격은 7천670만원이다.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2.0 엔진을 장착한 뉴 5시리즈 530i M 스포츠 패키지 모델(6천990만원)이 약 700만원 저렴하다.
성능은 제원상으로는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 E 3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모델은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7.7kg·m의 동력성능을 지녔다. 530i M 스포츠 패키지는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한다.
디젤 라인업을 갖춘 주력 트림을 비교해도 비슷하다. 직렬 4기통 2.0 디젤 엔진이 장착된 E 220 d 아방가르드(6천710만원)는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낸다.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을 단 뉴 520d M 스포츠 패키지(6천630만원)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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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도는 뉴 5시리즈의 압승이다. 신형 5시리즈의 전장은 4천936mm로 기존 모델보다 29mm 늘었다. 전폭(1천868mm)과 전고(1천479mm) 역시 각각 8mm, 15mm 확대됐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척도인 휠베이스(축거) 역시 2천975mm로 7mm 더 넓다. E클래스(전장 4천925mm, 전폭 1천850mm, 전고 1천460mm, 휠베이스 2천940mm)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E클래스의 판매 급증은 자체적인 제품 경쟁력도 있지만 5시리즈의 노후화에 따른 영향도 일부 받았다"면서 "5시리즈가 국내 수입 중형세단 베스트셀링카로서 구축해 온 충성 고객층 견고한 데다, 풀체인지 모델에 대한 기대 수요가 거세 당분간 신형 5시리즈 신차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