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순실한테 농락당했다" 억울함 호소

장충기 사장, 특검조서서 밝혀..."최씨가 삼성 이용해"

디지털경제입력 :2017/04/13 19:11

삼성이 검찰조사 과정서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사실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인에 대한 2차 공판에서 특검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검찰 조사과정에서 장 전 사장은 최순실 씨의 딸인 정 씨에게 단독으로 승마 훈련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최순실씨가 저희(삼성)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특검 측에 요청했다.

장 전 사장은 진술서를 통해 "당초 최 씨는 정 씨 이외에도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해달라는 명목으로 (삼성에) 지원금을 요청했다"며 "이후 최 씨가 선수 영입을 미루더니 선수 선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정유라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삼성에서 독일 승마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당시) 생각해보면 최 씨가 저희(삼성)를 이용해 정유라 지원을 위장하려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장 전 사장은 검찰조사 과정에서 특검에게 "최 씨가 승마 선수 6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당시 그의 요청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며 "정 씨를 단독으로 지원하면 (삼성 입장에서도) 곤란한 것이기 때문데 특혜성 지원을 희석시키는 뜻에서 차라리 그 편(6명 선수 지원)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날 공개된 진술서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삼성이)정 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며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유라를 잘 지원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장 전 사장은 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순수한 마음으로 승마 종목의 발전을 위해 (정유라의) 지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화를 내신 이후 최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해당 진술을 근거로 삼성 측이 최 씨 일가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으며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승마 지원을 진행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이 정 씨를 지원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밝힌 것은 이 부회장 등이 최순실, 정유라와 박 전 대통령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측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정 씨 승마 지원 관련해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없다"며 "(장 전 차장의 진술서에 등장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단지 삼성이라는 기업이 정부의 정책에 대해 협조해주는 것에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날 특검은 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을 근거로 "이 부회장은 삼성이 정유라씨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윤회 씨의 딸인 정 씨의 존재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이 그를 딸처럼 예뻐해준다는 사실을 이 부회장 등이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은 이러한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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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도 정 씨가 최 씨의 자녀인지를 알고 있지 못했다"면서 "또한 장 전 차장이 최 씨와 정 씨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정 씨를 염두에 두고 삼성에 지원을 요청한 사항은 나중에나 알게된 것"이라며 "독대 당시에는 정윤회 씨의 딸 정유라를 지원해달라는 의미인지 몰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