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한 소셜커머스와 배달앱 분야에서 지난해 비교적 선전한 위메프와 배달의민족이 앞으로도 성장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두 회사는 일단 지난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위메프는 큰 폭의 매출 확대와 함께 적자 폭을 상당히 줄여고, 배달의민족 역시 매출이 크게 늘면서 흑자전환했다.
문제는 이 추세가 계속될 것인지다.
한 쪽에서는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두 회사의 업종에서 여전히 치킨게임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희망 본 위메프, 배달의민족
지난 6일 위메프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3천691억원, 영업손실 636억원, 당기순손실 830억원이 위메프의 지난해 성적표다. 전년 대비 매출은 70.5% 늘었고, 영업손실은 55.3% 개선 효과를 거뒀다. 당기순손실도 2015년과 비교하면 42.5%가량 나아졌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매출은 오르겠지만, 영업손실은 전년도와 비슷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경쟁사 간 출혈 경쟁으로 계속된 적자가 유력시됐지만, 위메프는 외형을 키우면서도 손실폭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와 같은 흐름을 보인다면 1~2년 내 흑자전환도 기대된다.
위메프는 지난 2015년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1천억원 한차례 투자를 받았지만 계속된 적자로 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추가 투자 유치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장기화 되고,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창업주인 허민 의장의 도움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위메프는 지난해 실적을 통해 결과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 없이도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였다. 위메프가 내세우는 최저가 강점을 중심으로, 필요 이상의 물류 투자비용을 아낀다면 앞으로도 ‘외형’과 ‘수익’ 모두를 잡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 거래액도 빠르게 증가해 쿠팡과 격차를 바싹 좁힌 점도 위메프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처음 흑자로 돌아선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도 지난해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49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 당기순이익은 27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보다 71.3% 상승했고, 250억원 적자를 냈던 회사에서 25억원 이익을 내는 회사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2.89%며, 누적적자는 381억원이다.
배달의민족이 적자탈출에 성공한 요인은 2015년 여름 수수료 0% 정책에 따른 ‘광고주 확대- 이용자 증가-다시 광고주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기 때문으로 요약된다.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 영업주들이 배달의민족에 더 많이 입점했고, 광고비로 배달의민족에 더 많은 비용을 썼다는 뜻이다. 입점 식당이 늘면서 이용자 역시 자연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자 증가로 수입이 오른 업주들이 다시 배달의민족 광고에 돈을 쓰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광고, 마케팅비를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여 흑자전환에 큰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광고 선전비 감소분을 보면 더 이상 음식배달 업체 간에 치킨게임을 벌인다고 보기 힘들다. 좋게 보면 시장이 안정화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안심하기 이르다”
우울한 시장 전망과 여러 위기 가운데서도 성장과 수익 개선에 성공한 위메프와 배달의민족이 일단 한시름 덜은 것은 분명하지만,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지금의 평화가 전쟁의 '종식'이 아닌, '휴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먼저 위메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계속 가열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이어서 여러 가지 변수를 계속 끌어안고 가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는 쿠팡, 티몬 모두 비용 절감에 들어간 상태여서 위메프도 판매촉진비를 700억원에서 170억원까지 낮출 수 있었지만 이 같은 기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경쟁사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다시 광고나 할인쿠폰에 많은 비용을 집행할 경우, 방어 차원의 대규모 비용 집행이 불가피하다. 이커머스 특성상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사에서 마케팅비를 태울 경우, 따라 쓰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막대한 돈줄을 가진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신세계, 그리고 경쟁사인 쿠팡과 티몬이 위메프의 성장을 눈 뜨고 가만히 지켜볼 리 없다.
배달의민족도 경쟁사인 요기요가 전년에 비해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았던 탓에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각각 53.1%, 49.8% 절약했지만 이 같은 비용 절감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경쟁사인 요기요가 다시 지상파 광고나 마케팅비를 세게 쏟아 부을 경우, 배달의민족도 광고 선전비나 할인쿠폰을 조금이라도 더 풀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매출 성장과 수익 개선이 가능했던 건 업계 간 치열했던 전쟁이 일시적으로 ‘휴전’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전년과 같은 수준의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사용했다고 가정한 경우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지난해 플러스 25억원에서 마이너스 136억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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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통해 대형 프랜차이즈 주문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버코리아도 조만간 외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시장 판도 변화의 영향도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배달의민족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인력 충원 등에 100억원의 비용을 쓰기로 한만큼 계획된 지출 비용도 적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실적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