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이 고용량화되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많은 데이터 처리량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낸드플래시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성능과 효율성이 높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시장을 선점하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평면으로 배치하는 2D 낸드플래시 기술이 10나노미터(nm)대에서 한계를 맞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3D 낸드는 셀을 수직으로 쌓기 때문에 같은 설계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저장 용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기존 2D 낸드가 주택이라면 3D 낸드는 아파트에 비유된다.
10일 SK하이닉스는 업계 처음으로 72단 256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성공하고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48단 제품보다 데이터 저장 셀을 1.5배 더 쌓아 적층수를 높였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64단 낸드보다 단수가 높지만 동일한 4세대로 분류된다. (▷관련기사 : SK하이닉스, 업계 최고 72단 3D 낸드 개발)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낸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36.1%), 도시바(17.4%), 웨스턴디지털(15.7%), 마이크론(12.3%)에 이어 5위다. 하지만 72단 3D 낸드 개발을 계획대로 완료하면서 연내 양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3D 낸드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낸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24단 3D 낸드를 양산했다. 이후 2014년 2세대 32단, 2015년 3세대 48단 3D 낸드를 양산했다. 지난해 말 4세대 64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5세대 낸드 개발에도 착수했다. 적층 단수는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지만 업계에서는 5세대 낸드가 96단으로 올해 연말쯤 양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3D 낸드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 이르면 오는 6월 완공되는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1차로 15조6천억원이 투입된 평택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3D 낸드 생산능력이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기존 월 16만~17만장에서 두 배 수준인 32만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겨냥한 전 세계 낸드 경쟁사들의 추격도 거세다. 72단 낸드 개발에 성공하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는 SK하이닉스는 2019년 6월까지 2조2천억원을 투자해 충청북도 청주 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내 23만4천제곱미터(㎡) 부지에 3D 낸드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올해부터 M14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앞두고 현재 이천 M14 2층 클린룸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 2위 도시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3D 낸드 제품 상용화에 나섰다. 지난 2월부터는 웨스턴디지털과 512Gb 64단 3D 낸드를 공동 개발해 시험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7월 선보인 64단 칩의 밀도를 2배로 높인 제품으로 차세대 64단 수직 적층 3D 낸드 기술 BiCS3에 셀당 3비트(X3)의 저장 구조를 채택했다. 제품은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3D 낸드 전용 생산공장 설립에 3년 간 약 17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현재 32단 3D 낸드를 양산 중이며 올 연말까지 64단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마이크론과 인텔 연합군은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해 내구성을 대폭 확대한 ‘3D X(크로스)포인트’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D램보다 10배 높은 집적도로 설계돼 낸드 소자보다 1천배 이상 반응 속도가 빠르고 내구성도 1천배 이상 높아 D램과 낸드플래시 SSD 수요 일부를 대체 가능하다. 하지만 가격이 낸드보다 높아 이를 절감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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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의 3D 낸드 생산비중은 2015년 6.7%에서 2016년 23.6%, 2017년 57.8%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D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8.8%에서 올해 43.4%로 오르고 내년에는 66.2%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D 낸드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선두에 있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2위인 도시바부터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점유율에 크게 차이가 없어 SK하이닉스가 72단 낸드를 적기에 양산하게 되면 낸드 시장 점유율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64단 제품보다 적층수가 높기는 하지만 같은 4세대 제품인 만큼 성능에서 어떤 차이를 낼지는 실제 완제품에 적용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