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서는 '뇌물공여'라는 범죄구성의 실체를 놓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재판정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박영수 특별검사가 직접 나와 공소 유지를 위해 사건 쟁점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박 특검은 "이 사건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정경유착"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간 차명 휴대전화 통화내역, 정유라의 말 교체에 관여한 이메일 등 주요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물증을 통해 뇌물죄를 소상히 밝히겠다는 것이다.또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삼성 측 주장을 의식한 듯 특검은 "지난 달 인허가 담당 공무원이 관내 건설업자에게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구한 사안에 대해 뇌물수수죄, 직권남용죄가 모두 성립했다는 판례가 있다"며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검이 이처럼 이 부회장 첫 공판에서 뇌물죄 성립을 강조한 것은 이 부회장 재판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축소판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경제적 공동체로 결론을 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수수와 국정농단을 단죄하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가 성립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재판이 특검이 최종 종착지로 가기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추측과 예단, 왜곡과 논리적 비약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특검의 범죄 혐의 적용이 실체가 없다는 논리로 반격했다.
삼성 측이 문제를 삼은 것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대화 내용이다. 특검이 공소장에 두 사람의 대화를 직접 대화 형식으로 인용했는데, 두 사람이 모두 부인하고 있는 데 무슨 근거로 직접 인용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직전까지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의 관계 등 실체를 알지 못했는데 어떻게 대가를 바라고 금품을 제공한 뇌물 공여죄가 적용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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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모녀를 직접 지원한 일은 절차상 문제 있는 일이지만 사건의 실체를 요약하면 모두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라는 게 삼성 측 변호인단의 반박이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춘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도 자금 집행 당시엔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 "현대차와 LG 등은 피해자로 나오는데 삼성만 뇌물공여자가 되고 있다"며 특검이 (정치적)예단을 갖고 내린 결론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