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정기수기자)현대자동차가 기존 모델보다 성능과 효율을 대폭 개선한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내놓고 준대형 차급에서 실속을 챙기는 소비자들을 위한 공략에 나섰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2.4 모델의 가격 차이는 동급 프리미엄 트림 기준으로 365만원. 하이브리드 특유의 높은 연비와 가솔린 모델에 뒤지지 않는 주행 성능이 뒷받침 된다면, 이 정도 가격 차이는 구매를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제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내 시장에 투입된 이후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 류창승 국내마케팅실장은 "지난달 30일 공식 출시 후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판매 개시 4일 만에 올해 목표치의 16%가 넘는 1천630대가 계약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 연말까지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1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세로 신형 그랜저의 판매 질주에는 한층 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랜저는 신형 모델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12월부터 월간 1만대 판매를 4개월 연속 돌파하며 지난달에도 1만3천358대가 판매돼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계약대수는 7만여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판매 추이가 이어질 경우 올해 신형 그랜저의 판매목표인 10만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 16.2km/ℓ다. 기존 모델보다 8% 이상 개선됐고, 국내 판매되고 있는 경차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시승에서 급가감속을 계속하면서 주행한 결과 15.4㎞/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반면 60~80km 영역에서 가능한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연비에 신경쓰면서 주행한 결과는 18.4㎞/ℓ였다. 시승 내내 거센 봄비가 쏟아진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효율성을 발휘한 셈이다.
이날 시승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파주 헤이리 마을을 오가는 왕복 약 8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헤이리 마을로 가는 편도 40km 구간을 운전했다.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에 풀옵션을 적용한 모델이었다.
외관은 신형 그랜저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측면부에 친환경 모델임을 알리는 '불루 드라이브' 엠블럼을 부착했다. 공력성능 개선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플랩을 여닫으며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에어플랩'을 적용했고, 휠의 돌출부에서 발생하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경을 줄인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에어로 다이나믹 휠이 탑재돼 공기저항계수를 0.27Cd까지 줄였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자 도어 트림에 적용된 '코르크 리얼우드 가니쉬'가 눈에 띈다. 나무에 피해를 주지 않고 채취한 참나무 껍질을 이용한 소재로, 고급성 배가는 물론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하이브리드차량답게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시동이 안 걸린 걸로 착각할 정도다. 도심 저속구간에서도 배터리에만 의존한 전기차(EV) 모드가 작동, 가솔린 엔진이 구동하지 않아 소음이 없다. 전기차 모드에서는 계기판에 'EV' 글자가 초록색으로 점등된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핵심 부품인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중량 증가 없이 기존 1.43kWh에서 약 23% 개선된 1.76kWh로 증대시켰다. 또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을 약 2.6% 개선함으로써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V모드의 가동 범위를 늘렸다. 주행조건에 따라 최대 120km/h까지 EV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단 한 방울의 기름 소모도 없이 자유로에 올라탈 수 있었다. 연비 운전을 잠시 뒤로 하고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 뒤, 가속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넣자 2.4리터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며 100km/h까지 부드럽게 가속됐다.
가속 성능도 만족스러웠다. 가속 페달을 거칠게 밀어붙이며 급가속을 시도하자 시속 150㎞를 넘어 가솔린 차량 못지 않게 계속 속도가 올라갔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m의 성능을 발휘하는 세타II 2.4 MP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엔진과 함께 출력을 담당하는 전기모터는 기존(35kW)보다 최대출력을 38kW로 10% 끌어올렸고, 최대토크 21.0kg·m(205N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 맞물렸다.
적당한 무게감의 핸들링과 17인치 타이어가 지닌 탄탄한 접지력은 이날 세찬 비가 내려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운행을 가능케 했다. 신호 대기를 앞에 두고 가속을 멈추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다시 계기판에 EV 모드가 점등되며 모터와 엔진이 구동 역할을 바꾼다.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실내 정숙성은 고속 주행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실주행시 사용 빈도가 높은 엔진 저회전 구간에서 발생하는 엔진의 소음 및 진동을 '모터의 역(逆) 방향' 토크를 통해 상쇄하는 '능동부밍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가속시 소음은 51데시벨 정도다. 조용한 사무실 수준인 셈이다. 여기에 도어 3중 실링은 물론, 전면 윈드실드 및 앞좌석 도어 글라스에 차음 필름이 내장된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하고 휠 강성을 증대해 N.V.H(소음 및 진동)을 잡아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지능형 안전기술 패키지 '현대 스마트센스'도 탑재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계약 고객 중 70% 이상이 현대 스마트센스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에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기능을 사용하면 잠시나마 발을 쉴 수 있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스티어링 휠을 떨며 경고해 주고, 전방과 측면에 차량이 근접하면 '삑삑'하는 경고음을 울린다. 다만 세찬 비가 내리는 구간에서는 카메라와 센서가 차선을 감지하지 못해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도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악천후에서는 스티어링휠을 꼭 잡고 안전 운전하는 게 제일이다.
고연비에 가족 모두를 태우고 움직일 수 있는 준대형 세단, 여기에 3천만원 중후반 가격에 전국 서비스센터를 갖춘 국산 하이브리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경쟁 모델로 꼽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구연비 기준, 16.4km/ℓ)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우세하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 연비를 구연비로 환산하면 17.3km/ℓ다.
차체도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전장 30mm, 전폭 45mm, 전고 20mm 더 크다. 실내공간의 척도가 되는 휠베이스(축거)도 12mm 길다. 배터리를 차의 중간에 배치한 덕에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트렁크 용량(426ℓ) 역시 12ℓ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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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도 우세하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3천540만~3천970만원이다. 엔트리 트림의 경우 기존 대비 26만원 인하됐다. ES 300h의 국내 판매가격은 5천270만~6천470만원이다.
현대차 중대형 총괄PM 박상현 이사는 "경쟁 차종인 렉서스 ES300h보다 큰 차체와 넓은 실내 거주성, 높은 연비, 낮은 가격 등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갖춘 종합적인 상품성 측면을 고려하면 엔트리 트림 기준 1천700만원 이상 저렴한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