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344조 시대…서민들만 등골 휜다

[인터넷전문은행시대 上]중금리가 대안이다

방송/통신입력 :2017/04/03 16:00    수정: 2017/04/03 16:29

김태진, 송주영 기자

케이뱅크가 3일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국내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전문은행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금리를 기반으로 가계빚 1천344조원 시대 서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혁신으로 금융 시장 경쟁으로 촉진하기에는 아직까지도 제도나 사회문화적으로 바뀌어야 할 게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디넷코리아는 케이뱅크 서비스 오픈을 기점으로 국내외 핀테크 산업의 현주소와 전망을 3편의 기사로 긴급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자영업자와 청년들이 약 13조원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이다. 최근 4년간 평균 금리는 대부업체가 평균 30%, 저축은행은 평균 23% 수준이다.”(금융감독원)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가 1천296조원, 연말에는 1천344조원에 달했다. 올해는 1천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현대경제연구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천344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고통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가계빚(가계신용)은 1천344조원으로 전년 1천203조원보다 141.2조원(11.7%)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47.7조원(3.7%)이 증가했다. 또 카드사나 할부금융으로 인한 외상판매는 전분기 대비 4.8조원(7.1%)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G20 평균인 60%에 비해 턱 없이 높다. 가처분소득 대비해서는 152%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를 내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신용실적이 드문 청년이나 주부 그리고 경기침체로 은행권 대출 장벽을 넘기 힘든 자영업자들은 금리상승 여파에 노출돼 있고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가 1만명으로 2년 사이 37% 급증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창업자 중 70%가 영업이익보다 높은 금융이자 때문에 폐업 중이다.

■ 인터넷전문은행, 가계빚 연간 1천억 낮출 수 있어

이 때문에 서민, 자영업자, 청년들에게 보다 저렴한 대출 금리 혜택을 줄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세분화된 데이터 분석으로 각 개인의 경제생활과 실제 능력에 부합하는 맞춤형 금리상품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출범한 K뱅크에 따르면, 현행 신용평가등급과 KT의 통신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하는 경우 기존 금융정보 등급산정 대비 평가변별력이 8% 개선되며, 이를 통해 소호(SOHO) 자영업자나 청년 창업자에 대한 대출 문턱과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대학생인 A씨는 현행 은행권의 등급산정에서는 금융거래 정보가 없어 신용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K뱅크에서는 연체가 없었던 KT의 통신비 납부 이력과 BC카드의 결제정보를 통해 연봉 5천만원 수준의 직장인과 동일한 소비패턴을 보인 것으로 보고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창업자 B씨는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K뱅크에서는 창업 상권의 분석으로 성공률 및 확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대출 상환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대출이 가능했다.

이처럼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이들은 10년 내 약 250만명, 총 대출 규모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뱅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금리 시장이 약 65조원에 이르고 있고 제2금융권에서 평균 21.2%의 대출 금리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8%까지 낮출 수 있다”며 “이는 연간 금융 소외계층에게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이자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 스마트폰 뱅킹 이용자 7천500만명…“더 늦출 수 없어”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터넷뱅킹 가입자 수는 1억2천2254만명으로 전년 대비 4.9%,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가입자는 7천468만명으로 전년 대비 1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바일뱅킹 가입자는 인터넷뱅킹 등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1%로, 인터넷뱅킹 이용건수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61%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의 금융이용 패턴이 인터넷뱅킹에 이어 스마트폰 뱅킹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제도는 여전히 20여년 전 과거에 머물고 있다.

화장품 산업의 경우 지난 2012년 네거티브, 사후규제를 도입해 산업 자율성을 확대해 경제적 편익 창출을 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화장품 산업의 경우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전환한다고 했을 때 품질,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높았다”며 “하지만 자율적인 연구개발 확대가 신원료 개발과 안정성 확보로 이어져 연평균 수출액 증가율이 31%, 제조업자 수는 2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월 중국의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에 약 2천290억원을 투자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내 금융 시장의 확장을 예고했다”며 “우리나라는 이처럼 일치감치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에게 핀테크 경쟁력에선 뒤지고 있고 대출 시장은 일본 금융자본에 잠식당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실 못 따라가는 법제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처음으로 3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는 KT뱅크는 24년 만의 은행인가다. 과거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의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금융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무산된 바 있다.

2001년에는 SK텔레콤,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터시스템 등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했으나 금융실명제와 은산분리 규제 논란 등으로 무산됐고, 2008년에는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규제개혁의 한 방안으로 은행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은행건전성 추가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논의가 좌절된 바 있다.

이후 7년 만에 글로벌 흐름에 맞게 규제완화와 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KT컨소시엄과 카카오컨소시엄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와 본인가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은산분리란 법제도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은행지분보유 한도가 4%까지 제한돼 있어 ICT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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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전문가들은 특별법을 제정해 은산분리제도에서 우려하는 재벌의 은행 소유로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막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ICT기업의 경영권을 허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특별법에서 재벌을 배제하고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나 지분취득 금지 등의 조항을 통해 재벌이 독점하는 사금고화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며 “또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산업이 아닌 신규 산업의 진흥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