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2년만에 핀테크 대국 됐나

[인터넷전문은행시대 中]ICT기업에 힘 실어

방송/통신입력 :2017/04/03 16:01

김태진, 송주영 기자

한국이 은산분리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동안 세계 각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1990년대 초반 시행착오를 겪고 과도기를 넘어 수익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1990년대 초반의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빠르게 이익이 성장하는 추세다.

출범 초기인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기반이 취약해 파산한 은행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노하우를 쌓아 2004~2005년을 기점으로 상위 10개 인터넷은행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본도 2000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육성하기 시작해 2005년 상위 4개 은행이 흑자로 전환했다.

세계 각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육성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5년 텐센트가 설립한 위뱅크를 시작으로 ICT 기업이 주도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 핀테크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마이뱅크(알리바바 지분 30%)와 위뱅크(텐센트 지분 30%) 성공사례에 힘입어 미국을 제치고 100억달러(11조1천억원) 규모의 최대 핀테크 투자 시장이 됐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산업 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은행법의 은산분리 규제 논란에 발목이 잡히며 이제야 출범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사업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증자의 선결과제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 중국 인터넷은행, 짧은 역사 속 금융혁신 이끌어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채 2년이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ICT 기술과 금융혁신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고 현실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전문적으로 육성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과 기술 융합 산업, 핀테크 분야에서 새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중국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은 2015년 시작됐다. 먼저, 핀테크 기술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KPMG와 에이치투벤처가 뽑은 세계 10대 핀테크 업체 1위는 중국의 앤트파이낸셜이다. 중국 핀테크 업체는 10대 업체 명단에 5개 나 올라가 있다. 이에 반해 한국 핀테크 업체는 100대 기업 순위에도 끼지 못했다.

중국 위뱅크(텐센트 지분 30% 보유)는 메신저를 이용해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CT와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텐센트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서비스 수행 시간을 초 단위로 줄였다.

또 마이뱅크(알리바바 지분 30% 보유)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금융과 ICT 기술 발달에 기여했다. 개인 신용평가가 부재한 중국 금융의 약점을 공략해 ICT 기반의 자체적인 신용 평가툴을 제작해 개인이 손쉬운 온라인 소액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알리바바 알리페이는 농촌 마을과 계약 체결해 모바일 금융서비스를 교육, 전파해 지역 사업 및 금융환경을 개선했다.

마이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 소액대출로 영업 8개월만에 여신 누적액 460억 위안(7조4천7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위뱅크와 마이뱅크의 성공에 힘입어 중국 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샤오미는 29.5% 지분을 투자한 시왕은행 설립 인가를 받았다. 시왕은행은 샤오미와 금융그룹인 신시왕그룹, 편의점 네트워크망을 보유한 홍치렌쉬가 함께 설립했으며 각각의 모바일/IT 경쟁력, 금융 노하우, 오프라인 유통망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중국 1위 검색엔진업체 바이두는 국영 상업은행으로 중국내 7위 규모의 중국시틱은행과 함께 인터넷은행 ‘바이신뱅크’를 준비중이다.

바이신뱅크는 바이두가 지분 30%, 중국시틱은행이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11월 설립, 올해 1월 은행 본인가를 획득했다. 바이두가 보유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컴퓨팅 등 ICT 역량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바이두는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 등 ICT 역량을 활용해 바이신뱅크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은 바이두 인공지능로봇 두미가 음식을 받는 kfc 매장 (사진=유튜브 캡쳐)

중국 2대 온라인쇼핑몰 ‘징동닷컴’도 중국 은행과 손잡고 인터넷은행 허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중국 인터넷전문은행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국 은행의 문제를 ICT로 단숨에 해소하며 지역 불평등 완화 및 서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소비 욕구에 비해 현금 사용이 불편한 상황에서 알리바바 알리페이, 텐센트 위챗페이 등은 보편적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 일본, 통신사부터 전자상거래업체까지 다양항 모델 제시

이웃나라 일본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모델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2000년 8월 ‘이업종의 은행업 진출 등 새로운 형태의 은행 업무에 대한 면허 심사·감독 지침’을 마련해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후 ICT업체로는 소니(종합ICT업체), KDDI(통신사), 라쿠텐(전자상거래) 야후(포털) 등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다.

이중 가장 역사가 긴 은행은 소니뱅크다. 소니는 지난 2001년 미쓰이스미토모 은행과 공동 출자로 소니은행을 설립했다. 소니은행의 특화 서비스는 주택대출로 설립 이후 내점하지 않고 인터넷, 이메일, 전화로 주택대출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금융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ATM기 이용 수수료도 없애 낮은 가격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니뱅크는 신용카드, 외환거래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소매금융 분야에서 꾸준히 고객을 확보하며 지난 2014년 100만 계좌를 넘어섰다.

2008년 설립한 지분은행도 일본의 성공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로 꼽힌다. 지분은행은 통신사 KDDI와 미츠비시은행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했다.

ATM기의 QR코드를 활용해 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입출금을 이용하는 지분은행 서비스(자료=지분은행 홈페이지)

지분은행은 KDDI의 강점을 살려 모바일뱅킹에 특화했다. 은행업무 거의 전 영역을 모바일 기기로 처리할 수 있다. 지분은행은 최근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송금이 가능한 ‘휴대폰 번호 송금’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분은행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저렴한 비용구조로 설립 이후 4년만인 2012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빠르게 안착했다.

이외에도 라쿠텐은행은 전자상거래 역량을 활용해 9천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구매내역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야후는 41%의 지분을 보유한 재팬넷은행은 야후재팬 옥션사이트와 연계해 간단결제를 제공하는 등 융합형 서비스로 금융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원 천대중 수석연구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및 현황’ 보고서에서 일본의 성공비결에 대해 ▲ 거래 편의성 강화, 차별적인 금리·수수료 제공 및 모회사 고객 기반의 활용 등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 모회사의 풍부한 네트워크 및 고객 기반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 페이스북 연계 이자 등 상식 넘어선 모델 제시

유럽 각국도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이 한창이다. 유럽은 여러 국가가 융합 서비스 모델부터 핀테크로 해외 진출을 한 사례까지 다양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인터넷전문은행 중에는 독일 파이도뱅크, 프랑스 헬로뱅크가 대표적인 은행이다.

파이도뱅크는 지난 2009년 은행면허를 취득한 후 트위터, 페이스북, 유투브 등 고객 SNS에 채팅공간을 만들어 소비자와의 접점으로 활용하며 비즈니스 혁신을 시도했다.

파이도뱅크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누르는 횟수에 예금금리를 연계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채택하면 50유로(5만9천원)를 보상하는 등 SNS 활동을 통해 은행 인지도를 향상시켰다.

파이도뱅크는 SNS를 통해 고객 의견 및 상품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우수의견을 선정해 우대금리 등 금전적인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 파이도뱅크 영국 서비스판 로그인 화면

또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지난 2013년 설립한 모바일 전문은행 헬로뱅크도 모바일 금융의 길을 보여줬다.

헬로뱅크는 신규법인이 아닌 은행의 사업부 형태로 설립돼 기존 은행 인프라를 최대한 사용해 신규 고정비용 투입을 최소화했다. 모든 금융 업무를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유럽 최초 은행으로 속도, 간결함을 선호하는 20~30대를 공략하고 있다.

계좌번호를 휴대폰번호/QR코드로 대체하고 스마트워치용 은행 앱을 출시하는 등 모바일 기반 고객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르비아에는 2위 이동통신사 텔레노르가 설립한 텔레노르방카, 룩셈부르크에는 페이팔이 설립한 페이팔뱅크 등 각국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돼 있다.

유럽 후발국가의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 모델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텔레노르방카는 지난 2014년 9월 설립된 이후 1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으며 지난 2015년 인도에 페이먼츠 뱅크 라이선스를 추가로 인가받았다.

페이팔뱅크는 지난 2007년 유럽 전역에서 은행업 면허를 취득하고 2015년 영국, 동일, 프랑스 등에서 P2P 결제방식의 플랫폼을 출시했다.

■ 미국, 실패 통해 배우다

미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다양하게 경험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미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출범한 시기는 지난 1995년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미국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말 기준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은 총 38개다. 이중 24개 은행이 살아남았고 14개는 퇴출됐다.

미국 인터넷전문은행 연도별 개수(자료=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미국은 모그룹과의 시너지 및 수익 창출 부족으로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있었고 초창기 진입한 벤처회사 등은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낮아 IT 구축 및 광고 비용 등을 상쇄할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도 계속해서 혁신적인 모델이 나오고 있다. 고객이나 서비스도 특화해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은행이 찰스슈왑은행과 앨리뱅크다.

찰스슈왑은행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융합한 ‘로보 어드바이저’로 개인의 투자성향에 맞춘 자동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고객 관점에서 단순 시작화해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앨리뱅크는 제너럴모터스가 설립한 은행으로 오토론, 리스 등 자동차 금융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특화해 모회사와 시너지를 강화했다. 모회사 GM의 캡태브를 기반으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했고 IT 강화를 통해 점포 없이 편리하게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두 번의 시도 무산된 후 이제 출발

세계 각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핀테크 경쟁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이제 막 인터넷은행이 출범했다.과거 두차례 도입 시도가 있었으나 규제 허들로 무산됐다.

2001년 SK텔레콤,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처시스테 등 벤처기업이 공동으로 ‘브이뱅크’ 설립을 추진했으나 당시 금융실명제 제약 및 은산분리 규제 논란 등으로 무산됐다.

2008년 또 다시 금융 규제개혁 일환으로 정부에서 은행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은행건전성이 추가로 악화될 것을 우려해 논의가 무산됐다.

이후 7년이 지난 2015년 글로벌 흐름에 맞는 규제완화와 산업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공감 아래 ‘한국형 인터넷은행’ 도입이 결정됐고 KT 컨소시엄과 카카오 컨소시엄이 선정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하게 됐다.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특례법은 20대 국회에 계류중이다.

그러나 새로 출범하는 은행들 역시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은산분리를 규정한 은행법에 발목이 잡혔다. 일본 인터넷은행이 15년의 긴 역사 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중국이 대자본과 넓은 시장을 바탕으로 빠른 시기에 인터넷은행의 성공사례를 보여준 것과 비교할 때 출발이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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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라는 규제에 막혀 투자를 원활하게 할 수 없고 지속성마저 담보할 수 없다면 전 세계적인 핀테크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가 앞선 ICT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은행과 같은 혁신모델이 발전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새로 생긴 은행이 살아남으면 해외진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향적으로 봐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