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뉴스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창구는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서비스다. 최근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전통 SNS에 더해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정치이슈 전파속도가 무섭다.
이들이 언론보도를 접하는 핵심 창구로 떠오른 만큼 대통령 선거 같은 주요한 국가 이벤트에서는 그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국내 대표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미국 대선처럼 언론 보도를 가장해 엉터리 정보를 유포하는 '페이크뉴스(가짜뉴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불거질 가능성은 없나?
21일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을 통해 대선 관련 언론보도, 각종 콘텐츠 유통에 대한 방침을 확인해 봤다.
■ 페이크뉴스, 국내서도 악영향 미칠까?
우선 페이크뉴스가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미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카오(다음) 등 대표 인터넷 사업자들은 검증된 매체들의 소식만 뉴스로 다루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 강병덕 주무관은 "미국 유권자들은 언론보도를 접하는 수단이 대부분 페이스북과 같은 SNS인 만큼 진위 여부를 명백히 따지기 힘든 잘못된 정보들이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반면 국내서는 주된 뉴스 소비 창구인 포털 사업자들이 별도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두고 심의를 거친 언론사 기사만 유통된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이름만 있는 사이비 언론사 기사들을 포털 뉴스 서비스에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 네이버, 페이크뉴스보다 공정성 확보에 주력
그동안 네이버는 대선 같은 주요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물론 뉴스 서비스 내 기사배열 등에 대해 의도치 않게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네이버는 오는 5월 예정된 대선 관련 기사에 대해 지난해 4.16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성, 정확성, 독립성을 대원칙으로 내세웠다. 이에 더해 외부자문독립기구인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위원장 김민환 고려대 명예교수) 산하 '기사 배열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자문위는 또한 김경모 교수(연세대)를 단장으로 5인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19대 대선 보도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공정성 논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각 정당이나 대선 후보 캠프에게 모니터링 결과를 알리고, 의견을 반영해 기사 배열에 공정성을 더한다는 생각이다.
선거 관련 게시물 중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중선관위에서 삭제요청을 하면 포털은 바로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다. 이와 달리 당사자가 삭제를 요청할 경우에는 해당 게시물을 일단 내린 뒤에 외부기관을 통한 검토를 거쳐 삭제할지, 다시 게재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 과정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정한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페이크뉴스와 관련해서는 중선관위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검색을 통해 뉴스가 노출되는 만큼 출처가 어딘지를 확인하기 힘들지만 국내서는 (포털 서비스에서) 언론사 브랜드가 노출된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며 페이크뉴스 보다는 기존 뉴스의 편향성이 사용자들 사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카카오, 대선 관련 가짜뉴스 게시판 신설 검토
공정성 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네이버의 움직임과 달리 카카오는 기존 뉴스제휴 원칙을 고수하는데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털 내 게시물에 대해 선거 관련 뉴스나 각종 콘텐츠에 대해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콘텐츠 모니터링은 네이버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대신 내부적으로 내달 초 대선 관련 '가짜뉴스 게시판(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최종확정된 것은 아니라 지켜봐야 하지만 포털에 노출됐거나 카카오톡 등과 같은 곳에 유포된 근거없는 허위사실 등을 다루는 게시판을 만들어 유권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채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톡 통한 페이크뉴스 유포, 마땅한 대응책 있나
세월호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카카오톡이 단체채팅방은 근거없는 루머들을 돌려보는 창구가 돼 왔다. 대선과 같은 국가 중대사안에 대해서도 페이크뉴스가 카톡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제는 카카오톡 대화 내역은 공개된 SNS와 달리 개인들 간 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들끼리 주고 받은 대화를 외부에서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검열이나 다름없는 탓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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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용자들의 제보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공직선거법 250조, 251조에 따라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후보자를 근거없이 비방하는 등 내용에 대해서는 신고접수 즉시 법적인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형사고발하거나 포털, SNS 등에 긴밀한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선관위 강병덕 주무관은 "아직 개념이 명확치 않은 탓에 유언비어, 오보, 잘못된 인용보도 등이 모두 가짜뉴스로 통칭되고 있다"며 "카카오톡 등과 같은 폐쇄형 서비스에 유포된 허위사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신고나 제보를 받는 한편 선플달기 캠페인 등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