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를 접한 네오는 혼란스럽다. 충격에 빠진 그는 “뭣이 진짜여?”(what's real)라고 묻는다.
그러자 모피우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진짜가 뭔디?”(How can you define real?)
영화 ‘매트릭스’가 던진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진실과 허구의 경계선마저 무너뜨렸다. 1999년 개봉된 이 영화는 그 무렵 유행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세계관’을 잘 담아냈다.
요즘 또 다시 ‘가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단 풍문이 들려오고 있다. 태평양 건너 어느 나라에선 ’진짜 같은 가짜’들이 대통령까지 바꿔버렸단 투덜거림까지 들려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또 다른 나라에선 가짜 추방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혼란에 빠진 네오처럼 이렇게 되묻는다.
“뭣이 진짜여?”
나의 이 우문에 대해 모피우스 같은 ‘미디어 현자’는 이런 대답을 내놓을 지도 모르겠다.
“뭣이 진짠디?”
지난 주 난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 만든 괴물일까'란 칼럼을 썼다. 그런데 그 뒤 주변 사람들과 가벼운 논쟁을 하다가 근본적인 의문에 사로잡혔다. ‘fake news’를 ‘가짜뉴스’라고 번역해도 되는 걸까, 란 의구심이다. 이준웅 교수 주장처럼 “가짜 반대쪽에 있을 진짜뉴스라도 반드시 참이란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다.
가짜뉴스란 용어를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되는 순간 엉뚱한 패러다임이 지배해버릴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무슨 얘기일까? ‘가짜뉴스’란 번역어엔 ‘진짜가 아닌 사이비’란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 왜곡된 시각은 곧바로 ‘자격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 무단배포하는 뉴스’란 틀 속에 갇힐 우려가 크다.
이런 패러다임이 지배하게 되면 더 중요한 것은 놓칠 우려가 있다. '진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짜'인 뉴스들의 홍수를 외면해버릴 수 있단 얘기다.
■ 가짜뉴스의 핵심은 '가짜'가 아니라 의도와 조작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의 핵심은 ‘조작’이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없는 언론사를 사칭하는 것. 거기엔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까지 결합돼 있다.
그래서 난 가짜뉴스는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최근 가짜뉴스 담론이 조금 더 떠돌았을 뿐이지, 늘 있어왔던 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난 조작뉴스가 더 적합한 번역어라고 생각하지만) 가짜뉴스는 신문이나 방송에 엄청나게 많이 등장한다. 정치인 누군가 상대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언론은 그걸 받아쓴다.
만약 그 정치인이 주장하는 것이 거짓이라면? 결과적으로 그 뉴스는 가짜가 돼 버린다.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요약하고 끝내자.
난 가짜뉴스란 말이 싫다. 조작뉴스라든가, 하여간 다른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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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가짜뉴스가 어느날 갑자기 대두된 특별한 현상처럼 보는 시선도 다소 불편하다. 가짜뉴스는 늘 있어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린 ‘매트릭스’ 속에 있는 네오보다 더 많은 가짜 세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짜란 '신분'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건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보단 ‘사실 확인’을 위한 평판시스템 같은 좀 더 실질적인 이슈에 더 집중하는 게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