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인터넷업계, 긴장 고조

"판권 계약 비공개" 요구…텐센트 행사취소 관심

인터넷입력 :2017/03/07 16:26    수정: 2017/03/08 10:06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가시화 되면서 인터넷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웹툰, O2O, 디지털마케팅 업체들이 피해를 본 경우도 더러 있어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는 8일로 예정했던 마케팅 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텐센트는 이날 행사에서 모바일 마케팅을 위한 자사의 플랫폼과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불과 이틀 앞두고 발표자 개인 사정을 이유로 돌연 연기를 통보했다. 특히 구체적인 연기 사유나 변경 예정일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기 오성홍기 (사진=이미지비트)

물론 행사를 준비하던 대행사 측은 사드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발표자가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한국에 들어오기 어렵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추후 일정은 텐센트 본사 내부에서 조율하는 중”이라면서 “사드 영향 때문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텐센트 측에 확인한 결과 이와 관련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인터넷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사드 보복에 대한 걱정이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웹툰 업체의 경우는 최근 중국 IT기업과 판권 계약을 했으나,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중국 업체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마무리 되고, 판권비가 입금됐지만 한중 관계 분위기 상 외부에 공표하지 말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웹툰 업체인 코미카의 경우는 중국 IT 기업인 창유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중국에 진출한 상황이라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 쪽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텐센트동만에 연재 중인 코미카 웹툰 작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모 업체들이 텐센트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인 텐센트동만과 웹툰 공급 계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저작권과 사업권을 모두 넘겨줘야 하는 굴욕적인 조건을 제시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드 보복 영향 때문인지) 중국 계약 조건이 예전과 달라진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중국 대표 음식 평가 사이트인 대중점평(따중디앤핑)에 한국 음식점 쿠폰을 제공해 오던 한국 O2O(Online to Offline) 업체 식신의 경우는 사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갑자기 대중점평 측에서 식신의 쿠폰 제공을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말 중국 선불카드 업체인 스마트페이와 한국 숙박, 식사 관련 관광카드를 만들어 서비스하려던 계획도 진척되지 못했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으로 강력한 입장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는 것 같다”며 “사드 때문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추정하건데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기업과 진행하는 일부 사업이 영향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중국 텐센트동만을 통해 연재되는 카카오페이지, 다음웹툰 만화 콘텐츠.

텐센트동만, U17(요유치), 열독기지(차이나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콰이콴, 미람만화 등에 웹툰을 연재 중인 카카오 측은 아직 별 다른 문제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중국 상황이 갑자기 바뀌어 연재 중인 웹툰이 중단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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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관계자는 “중국과 판권을 계약한 경우도 있는데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면서 “게임의 경우 작품별로 중국 판호를 받지만, 웹툰의 경우 해당 플랫폼이 허가를 받는 경우여서 갑자기 연재가 중단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한국 작품을 배제하라고 할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대 중국 디지털 마케팅을 진행 중인 옐로디지털마케팅그룹(YDM)도 “아직 중국의 직접적인 제재는 없었다”면서도 “한중 관계 악화로 국내 클라이언트들이 대중국 마케팅 예산 집행을 소극적으로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