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경쟁 BMW-벤츠, 韓 인재 양성에 '통큰 협력'

獨 아우스빌둥 도입, 총 100억 투자...경쟁 넘은 사회적 협업

카테크입력 :2017/03/06 14:21    수정: 2017/03/06 20:08

정기수 기자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시장을 이끌고 있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경쟁 관계를 뒤로 하고 한국의 자동차 청년 인재 육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협력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법인을 이끄는 수장들이 갖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김효준 BMW 그룹 코리아 사장은 수년 전부터 국내에 전문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고민하며 도입을 추진했고, 드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역시 김 사장의 뜻에 선뜻 동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국내에 독일의 선진 기술인력 양성과정인 '아우스빌둥(Ausbildung)'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오는 2020년까지 총 100억원을 이 프로그램에 투자, 500명 이상의 젊은 자동차 인재를 키워낼 예정이다.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은 6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열린 아우스빌둥 도입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 "독일을 찾을 때마다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이었다"면서 "단순한 산학프로그램이 아닌,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이론을 넘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현장 경험을 토대로 미래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리더 양성의 터전은 물론, 사회적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수잔네 뵈얼레 한독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매니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관 대사, 슈테판 할루자 한독상공회의소 회장,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김효준 BMW 그룹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바바라 촐만 한독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이해구 두원공과대학교 총장, 윤준호 여주대학교 총장, 토번 카라섹 BMW 그룹 코리아 부사장이 아우스빌둥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BMW코리아)

BMW코리아와 벤츠 코리아가 교육부, 한독상공회의소 등과 협력해 국내 도입하는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독일의 일·학습 병행 교육과정 중에서도 자동차 정비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아우토 메카트로니카(Auto-Mechatroniker)'다.

가장 큰 특징은 참여 학생들이 양사 딜러사와의 정식 근로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급여와 수준 높은 근무환경을 제공받으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본사 인증교육을 이수한 전문 트레이너 및 대학 교수진 간 협력을 통해 개발된 교육과정으로 기업 현장의 실무교육(70%)과 학교에서의 이론 교육(30%)이 결합된 커리큘럼을 총 3년간 이수하게 된다.

과정 수료 후에는 대학의 전문학사 학위와 각 업체가 부여하는 교육 인증을 함께 획득하게 된다. 한독상의에서 한국의 아우스빌둥 과정이 독일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승인 절차를 마쳤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제3국의 해외 취업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사업 첫 해인 올해에는 두원공과대학교와 여주대학교가 참여한다.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 등의 자동차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약 90명의 학생들을 선발할 계획이다.

수잔네 뵈얼레 한독상의 아우스빌둥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난달부터 3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둔 재학생을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했다"며 "오는 4~6월 각종 서류, 필기, 면접 전형 등을 거쳐 최종 선발한 뒤, 9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학생들은 절반으로 나눠 BMW코리아와 벤츠 코리아 딜러 네트워크에서 근무하게 되며, 교육을 마친 뒤 일터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김효준 사장은 "1개월에 135만원씩 급여가 지급되고 해마다 10%씩 증액된다"면서 "모든 훈련이 끝나면 주니어 테크니션 레벨(BMW코리아 기준)의 전문가로 인정해 100% 채용을 담보한다"면서 "사업 1년차인 올해 90명으로 시작하지만 오는 2020년 500명, 이후 1천명에서 1만명까지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빅2'인 BMW와 벤츠는 전 세계 시장에서 한 세기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도 매월 뒤바뀌는 순위 혈전을 펼친 끝에 벤츠 코리아가 첫 연간 판매 1위에 올랐다. BMW 코리아는 올해 8년 만에 내준 수입차 맹주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최근 BMW 뉴 5시리즈를 내놓고, 벤츠의 E클래스와 한 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양사는 시장 상황은 무관하다는듯 이번 아우스빌둥 도입에는 통 크게 뜻을 모았다. 국내 시장에서 두 회사의 협력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이번 양사의 협업을 놓고 경쟁 관계를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손잡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김효준 사장은 "대한민국도 전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의 위상에 맞게 인적 자원의 경쟁력 역시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2년 전부터 한독상의와 논의해 온 이번 사업 도입에 벤츠 코리아도 흔쾌히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MW와 벤츠는 100년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많은 시장적 효용가치를 키워냈다"면서 "양사는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을 진행해왔고, 국내시장에서도 아우스빌둥 도입을 포함해 앞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협력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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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코리아는 이번에 도입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이 2004년부터 공식 딜러사들과 진행해오고 있는 어프렌티스 프로그램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 역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벤츠코리아와 공식 딜러사들이 2006년부터 진행해 온 다양한 인재 교육 프로그램들과도 맥을 함께한다"며 "경력 개발과 인적 자원 향상에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