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OTT 사업자가 그려야 할 상생 구조를 논한 점이 주목을 끈다.
28일(현지시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MWC 2017 현장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OTT를 바라보는 MNO의 시각은 돈은 다 내가(MNO가) 투자하고 과실은 홀로 따먹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GSMA 회의 내내 이같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OTT가 수익을 올리고 있을 때 통신사들은 과금을 하지도 못하고, 망 투자 비용만 늘어가고 있다는 고민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를 두고 오간 이야기로 풀이된다. MWC 2017에서 이례적으로 미디어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키노트 세션 하나를 통으로 할당 받았다. 통상적으로 MWC 키노트 세션은 좌장과 대여섯명의 발표자로 이뤄진다.
특히 올해 MWC에 모인 통신사 수장들 사이에서 OTT 망중립성 논의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와 함께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 임원 출신의 망중립성 반대론자인 신임 FCC 의장도 키노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정호 사장은 “망중립성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크리티컬한 부분”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OTT의 수익 구조를 볼 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사장은 “과연 OTT 사업자 사이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벌어지는지 볼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폰 첫 화면에 깔린 앱과 몇 번을 넘겨야 하는 곳에 위치한 앱의 접근성 차이는 크다”고 운을 뗐다.
결국 OTT 서비스도 승자가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의 경쟁 판이라는 것이다.
박 사장은 또 “최근 이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을 만났는데 (망 투자를 하는 통신사 외에) 또 울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며 “콘텐츠 제작 쪽에 있는 이들도 적정한 수익을 얻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디지털 광고 통계가 나오면서 좌절감을 느꼈는데, 한국에서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하는 이들이 노력은 엄청나게 했지만 돈은 다른 사람(OTT)이 벌어갔다고 한다”면서 “이제 콘텐츠를 만드는 진영에서 망중립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유통 경로를 맡는 파이프 사업자(통신사)가 있고 콘텐츠 생산을 맡는 분야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OTT가 끼어들어 홀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이같은 수익 배분 구조를 만들어낸 OTT 사업자를 두고 “천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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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수익을 얻고 있더라도, 박 사장은 OTT가 전체 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혼자 과실을 다 따먹으면 시장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다.
박 사장은 “OTT에도 상생 구조가 필요하다면 과실을 혼자 먹을 것이 아니라 같이 먹을 수 있는 공동의 제휴가 필요하다”며 “(콘텐츠 제작자에게) 단순히 콘텐츠를 사고 파는 구조가 아니라 밸류를 같이 나누는 부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