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대표 A 씨는 해외 파트너 B씨와 미팅을 잡기 위해 그의 비서 에이미와 메일을 주고 받았다. A씨는 수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에이미가 매우 예의있고 상냥하게 응대해준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A씨는 고마운 에이미에게 “B씨를 방문하는 날에 차 한잔을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 에미이의 답장을 받은 A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는 인공지능(AI) 비서라 차를 마실 수 없습니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너무 사람 같아서 AI 비서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약간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에이미는 미국 스타트업 엑스닷에이아이(X.ai)가 운영하고 있는 AI 비서 서비스다. 미팅 일정을 조율해야하는 상대에게 메일을 보낼 때 참조로 에이미를 추가하면 에이미가 이후 조율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 사용자의 캘린더를 보고 비어 있는 일정을 찾아 미팅 상대와 알아서 일정을 맞춘 후 결과만 알림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에이미 같은 AI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될 전망이다. 다양한 업무 분야에 특화된 AI 비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고,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인사관리(HR) 솔루션 같은 전통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에도 AI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업무용 AI비서 봇물
영업, 마케팅, 인사 등 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군에서 미팅 일정 조율은 꽤 번거로운 일이다. 단번에 미팅 상대와 일정을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여러차례 조율해야 한다.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미팅 일정 조율에 특화된 AI비서는 이런 번거로운 일을 덜어주기 위해 등장했다. 엑스닷에이아이의 에이미와 클라라랩스의 클라라가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월 4달러~10달러만 내면 무제한으로 미팅 스케줄을 처리해 준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많게는 연간 1천건의 미팅을 자동으로 처리했다는 사람도 있다.
이 서비스들이 동작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먼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받은 메일에서 사람, 시간, 위치, 보낸사람의 의도 등 정보를 구분해낸다. 그다음 인지 및 추론이 가능한 딥러닝 모델로 이메일의 의도와 미팅의 적합성 등을 판단한 후 정해진 답변을 보내는 식이다. 단, 엑스닷에이아이는 전과정이 AI로 자동화된 반면, 클라라랩스는 과정이 복잡해질 경우 사람이 개입한다.
빈번한 회의도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존재다. 회의 때문에 업무 시간을 많이 뺏기지만, 회의 때 나온 중요한 얘기는 금방 잊혀지고 후속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AI 비서가 있다. 미국 스타트업 워크핏(Workfit)이 만든 AI 비서 ‘에바’는 회의에 참여해 내용을 듣고 있다가, 음성명령이 주어지면 역할을 수행한다. 회의 내용을 검색해 주거나 회의중 결정된 후속조치 사항을 정리하고 바로 CRM 시스템에 등록해 줄 수 있다. 회의에 참여한 여러사람의 목소리를 모두 구분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엔터프라이즈 SW 빅3도 AI 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SAP 등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SW 기업들도 AI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AI를 탑재한 기업용SW가 기업과 직원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고,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MS다. MS는 기업용 오피스365, ERP와 CRM을 결합한 솔루션인 ’다이나믹스 365’에 AI 기능을 추가했다. 특히 다이나믹스 365는 잠재 판매 기회 평가, 재고 예측 등 10여 개 AI 기능을 제공한다. 예컨대 AI는 직원이 고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읽고 판매 기회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CRM에 데이터를 입력해준다. 직원에게는 며칠 안에 고객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걸어야 고객 영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이드도 제시해 준다.
오라클은 어탭티브 인텔리전트라는 AI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 솔루션은 클라우드 기반 고객경험(CX), 인적자원관리(HR), 공급망관리(SCM) 앱과 연동해 각 분야에서 직원들에게 권장 활동을 제시해준다. 거래 및 행동 이력 등의 내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날씨나 위치 같은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직원 개개인에 맞는 인사이트를 제공해 줄 수 있다.
SAP는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개최된 행사를 통해 AI 도입 로드맵을 발표했다. 회사는 보다 자동화된 업무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AI 기능을 투입할 계획이다. 예컨대 SCM 애플리케이션은 가격, 성능, 공급 능력 등을 고려해 구매 관리자를 위한 최적의 공급업체를 자동으로 추천해 줄 수 있다. 이런식으로 각 분야의 담당자들의 의사결정을 보조해주는 기능이 제공될 예정이다.
■AI 동료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AI는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 가는 경쟁자일까? 아니면 단순한 업무 처리를 도와주는 조력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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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후자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I가 단순하지만 번거로운일을 처리해주면, 사람은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회사에서 임원이 아니면 업무 비서를 고용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AI 비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AI가 경쟁자가 될지 조력자가될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AI가 기업 업무 곳곳에 들어와 사람이 하던 일의 일부를 대체하는 추세는 막을 수 없어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기업들이 AI 기술에 지출하는 비용은 2020년 470억 달러(5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5년 80억달러에서 6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