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바둑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는 주어진 데이터를 단순히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이 아니었다.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토대로 스스로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알파고는 빠른 시간 내에 '사람보다 더 똑똑한 AI'로 진화 발전할 수 있었다.
물론 AI를 만드는 건 그 분야 전문가들이다. 알파고 역시 데미스 하사비스를 비롯한 여러 AI 전문가들이 마련한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무적의 바둑 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아예 AI까지 AI로 훈련시키려는 시도가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AI 연구 주도 집단들에선 기계학습(머신러닝) 모델을 설계하는 일까지 AI에게 맡기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가 결실을 맺을 경우 기계학습 전문가까지 AI로 일부 대체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흐름이 좀 더 가속화될 경우엔 경제 전 영역에 걸쳐 AI가 더 빠르게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 AI 만드는 AI, 처리 속도 사람보다 훨씬 빨라
미국 고급 테크놀로지 전문잡지 MIT테크놀로지리뷰(☞기사 링크)는 “AI가 AI 만들기를 배운다”라는 글을 통해 최근의 연구 동향을 소개했다. 구글 브레인과 일런 머스크가 이끌고 있는 오픈AI를 비롯해 MIT미디어랩 등이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언어 처리 성능을 테스트하는 기계학습 시스템(☞관련 링크)을 AI가 스스로 만든 경우도 있다. 구글의 AI연구 그룹인 ‘구글 브레인’은 이같은 기계학습 시스템 모델을 SW가 디자인하게 했다. SW가 디자인한 기계학습 시스템이 낸 결과는, 이전까지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나왔다. 이 시스템의 에러율은 3.84%로 사람이 만든 최신 모델(3.74%)보다 0.1%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처리 속도는 1.2배나 빨라 약간 높은 에러율을 상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AI연구 기관에서도 'AI를 만드는 AI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비영리 연구 기관 오픈AI(Open AI), MIT,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 구글의 또 다른 AI연구 조직 딥마인드가 이런 연구에 뛰어들었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자가기동(Self-Srating) AI기술이 현실화되면, 경제 전반에 걸쳐 기계학습SW 도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학습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들 전문가를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AI를 만드는 AI 기술이 발전할 수록, 기계학습 전문기술을 보다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구글 브레인을 이끌고 있는 제프 딘은 지난 11일 열린 AI 프론티어 컨퍼런스에서 현재 기업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계학습에 대한 전문지식, 데이터,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기계 학습 전문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없앨 수 있을까?”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팀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 중 가장 유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동 기계 학습’이라고 덧붙였다.
■ 막강한 컴퓨팅 파워 필요…상용화 까마득?
MIT미디어랩은 객체 인식용 딥러닝 시스템을 설계하는 SW를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인데, 이 AI 설계 SW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재미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오트크리스트 굽타는 "머신러닝 모델을 설계하고 테스팅하는데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학습SW는 객체 인식 표준 테스트에서 인간이 만든 것과 일치되는 성과를 냈다. 그는 “데이터 과학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은 큰 이익”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더 생산성을 높이고, 더 나은 모델을 만들고, 고차원적인 아이디어를 탐색하기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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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를 학습하는 SW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전의 실험들은 사람이 만든 결과물과 경쟁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컴퓨팅 파워가 강력해 지고,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모방하는 딥러닝 기술이 부상하면서 이런 접근방식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기술이 실제 널리 사용되려면 갈길이 멀었다는 의견도 있다. 딥러닝 분야 석학인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딥러닝 기술이 부상하면서 이런 접근방식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작업이 극단적으로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기 때문에 머신러닝 전문가를 부분적으로 대체하기엔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