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전문가 “인터넷 광고 규제 우려” 한 목소리

“규제 만능론 빠져…독점 폐해 존재하는지 의문”

인터넷입력 :2017/02/28 18:50    수정: 2017/04/28 14:25

“정부 주도형으로 특정 산업 활성화가 주도되다 보니 규제 만능론에 빠져 있다. 규제는 독점에 따른 시장이 실패했을 때 치유 목적으로 필요하다. 설령 인터넷 광고 시장에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한다면 이 사업자가 정말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는지, 광고 시장 경쟁적 관점에서 독점 폐해가 존재하는지부터 먼저 판단해야 한다.”

“국내 포털 광고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 된다는데, 규제 도입이 아닌 규제 개선이길 바란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발전을 기대하는 입장으로서 억압된 규제가 도입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큰 틀에서 규제 개선에 공감하지만 매체 환경이 변해서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지 네이버나 다음이 독점 사업자란 이유로 이뤄져선 안 된다.”

국내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이 커지자, 광고 쏠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특정 인터넷 사업자가 독점이라고 판단하고 규제의 정당성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인터넷 산업 특성상 규제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28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광고 산업 새롭게 보기’란 주제로 미디어 산업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 광고시장 지형 변화를 살펴보고, 현재의 경쟁상황 진단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규제 도입의 타당성 등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인터넷 포털 규제 정당할까

왼쪽부터 김덕희 그룹엠 코리아 전무, 숙명여대 문장호 교수, 이상우 연세대 교수, 박종구 코바코 연구위원,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박사.

먼저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박사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인터넷 포털 광고 규제 필요성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 박사는 “지상파 광고 규제의 경우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의 상위 정책 목표 하에 이뤄지지만, 개방과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광고 규제는 맞지 않다”면서 “인터넷 광고가 타 매체 광고를 대체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두드러진 쏠림 측면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문장호 교수 역시 인터넷 포털 광고 규제에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새로운 규제 도입 대신 지상파 광고에 대한 규제 개선이나 규제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규제를 받지 않는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의 역차별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첨언했다.

문 교수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인터넷 포털이 광고 블랙홀이다, 이대로 놔둘 것인가의 논리에 우려가 된다”면서 “규제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해외 인터넷 광고 사업자와 형평성 문제부터 풀어야 하고, 사용자 개인정보 요구와 연령 제한 등 국내 사업자에게만 과도하게 요구되는 규제들도 거둬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룹엠 코리아 김덕희 전무는 디지털 광고에 대한 규제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독과점 사업자가 있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는 어디든 옮겨갈 서비스들이 있는 만큼, 규제를 한다해도 풍선 효과가 나타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김 전무는 “지상파 방송이나 통신사업자는 컨트롤이 가능한 사업자가 3개 남짓이지만 디지털 영역은 그렇지 않다”며 “일방적 셧다운제를 한다면 해외 토픽감이니, 법적 규제보다는 벌어들인 돈으로 이를 산업 생태계 건전화 차원에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푸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 코바코 광고연구소 박종구 연구위원은 “인터넷 포털에 대한 양적 규제를 건들기 어렵다“며 ”광고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는 방향을 갖고 진행돼야지, 방송 광고도 규제 받고 있으니 온라인 광고도 해야돼하는 시각은 흐름상 맞지 않다“고 역설했다.

■지상파 광고가 디지털 광고로 옮겨갔을까

오늘 토크콘서트의 또 다른 핵심 주제는 ‘매체 간 광고주 대체가 일어나는가’였다. 지상파 광고가 감소하는 추세인데, 과연 이 감소분이 온라인 등 신규 매체로 옮겨간 것이 맞느냐는 토론이 이뤄졌다.

이종관 박사는 “지상파는 자본이 많은 대형 광고주들이, 케이블 같은 유료방송은 중대 광고주들이, 인터넷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 광고주들이 광고를 집행한다. 매체마다 광고주 특성이 다르다”는 말로 매체 간 광고주 대체의 가능성이 적다고 풀이했다.

문장호 교수는 “전통 미디어 광고를 인터넷 광고 시장이 가져가느냐고 묻는다면 일부를 가져온 건 맞다”면서도 “전통 광고의 대부분을 인터넷이 빼앗아 왔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전통 미디어 광고와 인터넷 광고는 광고주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대체 영역이 아니다”며 “비중이 큰 네이버 검색 광고의 경우 광고주의 80% 이상이 월 50만원 이하로 광고비를 집행하는 소액 광고주다. 이들이 지상파 광고주와 겹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국내 광고시장 성장 방안 뭘까

끝으로 국내 광고시장 성장 방안에 대해 박종구 연구위원, 이종관 박사, 문장호 교수 등은 대부분 패널들이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인터넷 포털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닌, 지상파 광고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종구 연구위원은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규제 접근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도록 네거티브 규제가 절실하다”며 “간접 광고도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완화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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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관 박사는 “광고 규제를 매체적 접근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산업적 정책에서 봤으면 좋겠다”면서 “유해 품목, 인종차별과 같은 질적 규제는 당연히 존재하면서 산업 지향성을 갖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장호 교수는 “지상파 광고 완화 요구의 목소리가 큰데 이들이 케이블 업체들과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광고 의존도가 높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중간 광고 도입과, KBS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