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세 공방'이 제기한 두 가지 질문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혁신 vs 일자리 열띤 논쟁

컴퓨팅입력 :2017/02/20 17:26    수정: 2017/02/21 14:5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일자리가 먼저일까? 로봇 혁신이 먼저일까?

인공지능(AI) 로봇을 둘러싼 흥미로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 쪽에선 ‘로봇세’를 징수해 일자리 대책을 세우자고 주장한다. 로봇 사용업체나 제작사들에게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이다.

다른 쪽에선 “로봇세는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신규 혁신산업이 사그라들 우려가 있다는 게 반대논지다.

두 주장 모두 ‘로봇과 함께 하는 시대’가 됐다는 덴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로봇이 우리 사회, 특히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몰고올 것인지에 대한 인식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과연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 타당할까? 때 아닌 로봇세 공방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사진=씨넷)

■ 빌 게이츠 창조적 자본주의의 결정판 '로봇세'

로봇세 주장의 선봉은 세계 최고부자 빌 게이츠다. 빌 게이츠는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와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연봉 5만 달러를 받는 노동자들은 수입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만약 그 자리를 로봇이 맡게 되면 같은 금액을 세금으로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징수한 세금은 노약자 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활용하자는게 빌 게이츠 주장의 핵심 논리다.

잘 아는 것처럼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로 한 때 ‘악의 축’으로 비난받던 인물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2000년대 중반이후 자선 사업 쪽에 공을 쏟고 있다.

이 정도 사실만으론 빌 게이츠가 왜 로봇세를 주장하는 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 때 첨단IT 산업의 핵심축이던 MS 창업자란 점을 떠올리면 더 이해하기 힘들다.

빌 게이츠는 미국 온라인 경제 매체 쿼츠와 인터뷰에서 로봇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쿼츠 영상 캡처)

하지만 빌 게이츠의 철학적 기반인 ‘창조적 자본주의’에 눈을 돌리면 수긍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게이츠는 2008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창조적 자본주의’의 기치를 내걸었다.

당시 빌 게이츠는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세계는 더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나아지는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 오히려 더딘 편이다. 또 그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에게도 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창조적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기업들과 비정부 조직이 함께 일하면서 전 세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봉사를 사회적 책임이 아닌 의무로 끌어올린 개념이다. 사회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 소외 계층을 위해 환원할 의무가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빌 게이츠의 로봇세 주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들은 줄어드는 일자리만큼 ‘로봇세’로 사회에 봉사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선 아예 “자동화 속도를 조절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 유럽의회, 로봇시민법은 찬성하지만 '로봇세'는 반대

반면 유럽의회는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유럽의회는 지난 16일 로봇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생길 다양한 쟁점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차 같은 것들이 대중적으로 활용될 때를 대비해 로봇의 윤리와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회는 로봇세 부과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신들은 유럽의회가 로봇세 도입에 반대한 이유는 전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로봇연맹(IFR)을 통해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순 있다. 유럽의회가 로봇세 도입안을 기각하자마자 IFR은 곧바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IFR은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경쟁력과 고용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특히 로봇 사용이 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선 로봇 밀도와 고용 사이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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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유럽의회가 ‘로봇의 공격’을 의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지난 달 로봇시민법 제정안에 압도적 찬성표를 던진 데서 알 수 있듯 유럽의회 역시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로봇시민법은 로봇에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이란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각론에서 거리를 보이고 있다. 로봇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 거리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