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하고 싸우랬더니, 삼성과 싸우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자 재계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빼라고 했더니 글로벌 기업 경영인 구속에 특검이 너무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검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국정농단 실체를 밝히는 최종점인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런 불만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특검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한다고 했다가 불발됐다.
또 민간인 국정농단의 원흉인 최순실씨는 특검 수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최씨는 오히려 '강압 수사를 받았다'며 특검에 큰소리를 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삼성 내에서도 특검이 두 번씩이나 삼성을 정조준 한 것에 대해 침통해 하면서 '너무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무엇보다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확대 적용한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관계는 그대로인데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을 위해 혐의만 편의상 추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특검이 최씨가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 필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기존 연습용 말 두필을 덴마크 중개상에게 넘기는 척 삼성이 이를 우회 지원했다며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은 이전부터 "실제로 마필을 구입해 소유하고 있다가 2016년 8월 마필을 모두 매각했다"며 "특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박상진 사장의 메모장 역시 최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적은 것일 뿐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진 이후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달 12일 이 부회장의 1차 소환 당시부터 "어떤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 모녀의 승마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강압에 못 이겨 돈을 뜯긴 피해자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 왔다.
이번 2차 영장청구 이후에도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특검이 자칫 삼성 특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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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지난해 11월 17일 국회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법’을 존립 근거로 한다. 수사 기간은 이달 28일까지이며 황교안 권한대행의 승인과 특검법 개정을 통해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규모 면에서 특별검사 휘하에 4명의 특별검사보, 파견 검사 20명, 수사관 40명, 행정 담당 파견 40명 등 총 105명의 방대한 인력으로 역대 최대급이다. 특검은 최근 국회에 수사기한 연장 신청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내일(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담당 한정석 판사)에서 영장실질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