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최순실 게이트' 속죄양 되나

'삼성 특검' 전락 우려...대통령·최순실 어디갔나

데스크 칼럼입력 :2017/02/14 09:26    수정: 2017/02/15 06:45

모르긴 몰라도 삼성의 새해 소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넉 달째 멈춰선 경영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일 것이다. 또한 뼈를 깎는 경영 혁신을 통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더 강하고 단단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일이었을 게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던 삼성의 경영 시계가 다시 거꾸로 돌아갈 위기를 맞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몇몇 경영 수뇌부에 대해 구속영장 재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해 특검 출범 당시부터 우려됐던 기업인에 대한 반복 수사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어제(13일) 오전 특검에 소환된 이 부회장은 오늘(14일) 새벽 1시쯤 15시간이 넘는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특검은 1차 소환 조사 때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전 최순실 일가에 대한 삼성 측의 승마 지원의 대가성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이번엔 합병 후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다각적인 특혜 지원이 있지 않았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 상장 과정에도 특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지난달 법원이 '대가 관계나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자 보강 수사를 통해 그림을 더 크게 그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 아래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삼성의 경영승계 지원에 총체적으로 동원됐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특검의 압박에 삼성은 또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엔 이재용 부회장뿐만 아니라 박상진 사장 등 경영 수뇌부 서너 명이 모두 영장 청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특혜 의혹이 쏟아지자 삼성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특검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며 침통하고 억울해하는 표정이다. 한달 전 1차 소환 조사 당시 기시감이 되풀이 된다는 피로감도 적지 않다.

의혹에 대한 반론도 적극적이다. 삼성SDI가 보유했던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를 처분한 것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생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고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자발적으로 응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사전에 로펌 두 곳에 의뢰한 결과 순환출자 고리가 오히려 단순화됐기 때문에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말이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로비설과 관련해서는 "지난 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지만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한 바 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물어 본적도 없다"고 읍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당시 사업 속성상 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더 선호했지만 국내 투자자와 한국거래소의 요구에 국내 증시 상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국내 여론을 감안해 코스피(KOSPI)를 선택했는데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와 엮여 특혜로 둔갑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삼성의 주장에 일리가 있든 없든 수사 종료를 앞두고 성과에 집착하는 특검에게는 이같은 해명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불발되고 최순실씨 조사가 순탄치 않자 특검이 기업에게 또 다시 칼을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넘친다. 지난 9일 예정됐던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의 대면 조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청와대 기류도 굳이 특검 수사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수석들은 탄핵정국이 아니라 마치 유유자적 딴 세상에 있는 듯 보인다고도 한다. 정말 그렇다면 오는 28일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특검 수사가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도 크다. 대통령은 이 핑계 저 핑계 특검 수사를 피해 다니고, 국정농단 원흉인 최순실은 입을 꼭 다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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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창 번창할 때 책임지는 정부 인사는 온 데 간 데 없고 이재용 부회장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 머리 숙여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사죄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라를 책임지는 권력자가 피해자일수도 있는 기업인에게 국정 혼돈의 책임을 떠 넘기고 특검은 국민적 공분에 밀려 기업을 속죄양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

대통령의 헌정질서 유린과 민간인의 국정농단, 정경유착의 폐해를 수사하는 것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범 목적이다. 동시에 수사 좌표를 명확히 하고 공정하고 합당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특검의 사명이다. 그래야 억울한 일이 없지 않겠는가. 팩트와 픽션의 경계가 모호한 무리한 심증과 추론으로 성과만을 위해 밀어 붙여서는 곤란하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이 자칫 삼성 특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