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9일 법원에서 기각돼 삼성으로서는 당장 최악의 경영공백 사태를 피하긴 했지만 여전히 비상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기각이 곧 무죄 판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여전히 수사선상에 올라 있고 특검의 기소 방침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재판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삼성으로선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은 우선 이 부회장 등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총력 대응체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그동안 두 재단과 최순실 일가에 대한 자금지원이 부정한 청탁을 위한 대가성이 아니라 대통령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는 주장을 해온만큼 이를 입증하기 위한 법리 개발에 사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 측은 이날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짧은 논평을 내놓았지만, 그룹 관계자는 "일이 끝난 게 아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또 이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과 함께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어 이를 마냥 미뤄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먼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발표와 갤럭시S8 공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두 가지는 그룹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폰 사업의 단기 운명을 판가름할 문제다.
9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하만(미국 전장기업) 인수를 마무리 짓는 것도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이 거래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이며 삼성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미래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올해 사업계획 수립과 조직개편 및 인사도 시급한 현안이다.
예년 같으면 이미 작년말에 마무리했어야 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할 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주회사 전환 같은 중장기 과제는 후순위로 조금 미룰 수 있어도 이들 주요 현안은 모두 당장 추진해야 하는 일들이다.
특히 이들 현안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 결정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관여해야 하는 일이어서 이 부회장의 신병 문제가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은 또 이들 현안과 함께 조직 혁신을 통한 대외 이미지 개선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국정감사에 나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전경련 탈퇴, 미래전략실 해체 등 조직 혁신에 관한 몇가지 약속을 한 바 있다.
문제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 모든 게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삼성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두 재단에 기금을 낸 몇몇 기업에 대해서도 뇌물 공여죄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어 금명간 불똥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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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결국 모든 문제가 대통령 탄핵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및 산업계 전반에 짙게 드리워진 불확실성의 검은 구름을 걷어내려면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신속하게 결정되는 게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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