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무리수였나…이재용 영장 기각

'기업 몰아붙이기' 수사 비난…삼성 '안도'

디지털경제입력 :2017/01/19 07:24    수정: 2017/01/19 08:09

정현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면하게 됐지만 멈춰섰던 경영 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리고 430억원대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뇌물 혐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뇌물공여죄를 입증하는데 있어서는 대가성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인데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자금 지원이 청와대의 강압에 의해 이뤄졌을 뿐 대가성은 없어 뇌물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조 부장판사는 평소 여론보다는 사실관계, 증거조사, 법리 검토 등을 따져 결정을 내리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특검은 법리보다 여론에 휩쓸려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검은 지난 16일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혐의 등을 적용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5년 7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을 보장받는 대가로 정유라 씨에게 430억원대 특혜 지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이 내세운 증거와 논리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을 겨냥해 미리 뇌물죄의 결론을 내려놓고 명백한 유죄의 증거 확보 없이 무리하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관련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식 수사를 한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졌다.

또 구속영장 청구의 대표적 근거는 혐의자가 증거의 인멸이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지만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의 도주 우려가 없고 이미 출국 금지도 내려진 상태에서 구속 수사 방침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와 검찰 및 특검의 출석 요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뇌물공여 혐의자인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뇌물수수 혐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됐다. 또 삼성 외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롯데, SK, CJ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역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면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게 된 삼성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됐다면 글로벌 브랜드 가치 추락 뿐 아니라 국내외 비즈니스와 진행 중인 인수합병(M&A)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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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한동안 특검 수사로 연기된 사장단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과 사업계획 확정 등 현안에 대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 등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지난해 11월 결정한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 인수 작업도 마무리 해야할 과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향후 재판 과정에서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