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인 삼성이 빈사의 갈림길에 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 위기를 맞으면서 그야말로 초죽음 직전이다. 소생이냐 아니냐는 오는 16일 오전 10시30분 법원의 두 번째 영장실질 심사를 거쳐 당일 저녁 늦게나 이튿날 17일 새벽쯤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생의 길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간을 2주쯤 남겨 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14일 오후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며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짧게 덧붙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모든 것이 예측 불가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삼성 내에서는 애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결국 '삼성 특검'으로 끝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 아니냐며 억울해 하고 있다.
삼성은 일단 1차 영장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 심사 소명을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식으로든 그룹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달라진 것은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이 부회장의 혐의 사실이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또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아 최씨 측과 접촉해 온 박상진 대외 담당 사장도 함께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특검은 기존 박근혜 대통령 및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0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 횡령, 위증 혐의 외에 추가로 재산국외도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와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에 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데 대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또 최씨가 블라디미르 등 명마 두 필의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은 이들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영 현안 '올 스톱'...그룹 리더십 존폐 기로에 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재청구되면서 사장단 및 임원 인사, 미래전략실 해체, 조직개편, 쇄신안 발표 등 그동안 미뤄왔던 경영 현안이 모두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장기적인 경영 판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은 물론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마찬가지다.
당장에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의 주주총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8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은 하만 인수 작업은 일부 주주들이 주당 인수가격이 낮다며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주주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인수안이 통과된다.
만약 이 부회장에 대해 법원에서 구속 결정이 떨어진다면 그룹 리더십의 장기간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글로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의 인수와 투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삼성넥스트(엣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해 미래성장 동력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 당분간 계열사의 경영 현안은 각사의 전문 경영인이 이끌어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별 '각자도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해체가 공식화 된 상황에서 비상 경영 체제의 핵심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자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모바일-가전-디스플레이 등 각 사업부문별 부문장이 각자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경영 판단이 필요한 미래성장을 위한 신성장 사업 투자의 방향타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경영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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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전자가 반도체(DC)-가전(CE)-모바일(IM)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상호 유기적 보완 관계로 실적을 방어해 왔지만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전장사업(CVC) 등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 영역에서의 스피드 경영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엄청난 쓰나미에 휘말리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글로벌 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총액 350조, 시가총액 270조의 대표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