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통역앱에 대한 궁금증...대신 물어봤습니다

인터넷입력 :2017/02/14 16:34    수정: 2017/02/14 17:27

손경호 기자

최근에 기사를 낸 '한국어를 10개국 언어로 동시 통역앱 등장'에 대해 유난히 누리꾼들의 관심이 많았습니다.(☞기사링크)

'만통'이라는 앱이 주인공인데요. 스마트폰 한 대를 자동 통역기처럼 써서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저도 인상깊었습니다.

악플을 제외하고, 여러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올려준 반응들을 모아 13일 직접 해당 회사(소프트파워) 담당자를 찾아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htchoi님이 올려주신 댓글.

"ㅋㅋㅋㅋ 어차피 구글 번역 API를 써서 번역하면 구글번역앱을 쓰지 왜 이걸 쓰냐~~ 구글 API에 UI 껍데기만 입힌게 무슨 대단한 기술이라고 이걸 기사까지 내는거냐???ㅋ 나도 개발자로써 부끄럽다~ 이런게 기사거리라니~"

저도 구글번역 기술을 단순히 API만 끌어다 쓰는 것이라면 큰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담당자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해당 앱을 개발한 소프트파워 전략마케팅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건준 대리의 말은 이렇습니다.

"구글번역, 음성인식(STT) API를 끌어와서 개발한 것이 맞습니다. 대신 앱을 만들 때 코드를 직접 짠 것이 아니라 저희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스마트메이커라는 앱개발솔루션을 썼습니다."

만통은 이 회사가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담당자 말에 따르면) 파워포인트 정도만 다룰 줄 알아도 쉽게 모바일앱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스마트메이커를 통해 개발됐다고 합니다. 통역의 핵심이 되는 원천기술은 구글 것이 분명하지만 전문 개발자가 아니라 스마트메이커를 잘 다루는 사내 기획자가 이 앱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때문에 jhg1****님의 댓글은 핵심을 잘 짚었습니다.

"스마트메이커가 뉴스거리지.. 핵심을 잘 못 잡은 듯.. 번역앱은 구글 api + tts + sst 라이브러리 쓰는거라 . 경력 좀 된 개발자라면 하루면 만들 수준이라 경쟁력이 없는듯."

그렇다고 구글번역, STT API를 끌어다 쓰고 껍데기만 입혀서 만든 앱이라고 말하기에는 나름 신경을 쓴 구석들이 눈에 띄는 것도사실입니다.

구글번역기의 성능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사실은 여러 뉴스나 발표자료를 통해 이미 소개됐었죠. 실제로 기자도 이전과 달리 외신기사를 볼 때 구글번역 성능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하기도 하는데요.(여전히 사람만 못하긴 하지만...)

원천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이를 얼마나 사용자들이 쓰기 쉽고, 편하게 만드느냐는 또 다른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만통이 자체 개발한 앱개발솔루션을 통해 상대적으로 공을 덜 들이고 기획자 앱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성을 개선해 쓸만한 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무시 못할 점이라는 생각입니다.

김건준 대리에 따르면 구글번역앱과 달리 만통은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한 대에 만통앱을 깔고 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앱은 내가 폰 화면을 보면서 한국어로 말하면 설정한 영어로 음성이 통역되서 나오죠. 그 다음으로 이 폰 화면을 상대방쪽으로 향하게 한 뒤 그가 영어로 얘기를 하면 그 내용을 거꾸로 한국어로 통역해서 들려줍니다.

화면을 내 쪽에서 상대방쪽으로 혹은 반대로 돌렸을 때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센서의 X/Y/Z축 값을 테스트해 평균치를 내 앱에 적용했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죠.

지금은 기술적인 문제로 빠져있는 기능이지만 초기에는 한 쪽 스마트폰에 만통앱을 설치한 상태로 상대방 스마트폰에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해 터치하면 상대방 폰에도 자동으로 앱을 설치한 뒤 두 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서로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모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기능도 구상했었다고 김건준 대리는 설명했습니다.

■이 내용은 올드보이모델님이 올려준 댓글.

"굳이 스마트폰 2대를 쓸 필요없이 1대 만으로도 버튼 클릭 시 마다 등록해 둔 2개 언어로 교차해 가면서 쌍방통역할 수 있다면 대박일 듯."

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습니다.

■neon****님은 이런 댓글을 달았네요.

"구글 API를 그냥 가져다 쓰는거면 뭐.. 개발한게 아닌데 뭘..그리고 1개 언어도 제대로 번역을 못하는데 뭔 10개 동시 통역이 뭔 소용이람. 네이버 파파고 같은것도 음성인식에 문제가 있어서 번역 자체보다 음성인식 자체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네이티브 미국인이 하는 영어는 인식해도 한국인이 영어로 해봤자 제대로 인식을 못한다. 굳이 한국인이 영어로 번역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발음이 나쁜경우 인식률이 저조하다는 뜻이겠지.."

한국어의 경우 웬만한 음성인식은 대부분 정확하게 인식하는 편입니다. 기자도 관련 기사를 쓰면서 테스트해 봤는데요. 다음 포털을 포함한 카카오 서비스, 네이버앱 등에 적용된 음성검색 기능을 써보면 약간의 잡음이 있는 환경에서도 인식률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음성인식 분야 전문가들에게 들어봐도 이제는 음성인식 자체가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요.

■77x7****님의 댓글은 조금 아픈 지적일 수 있겠습니다.

"디자인보니까 쓰기싫다. 2011년앱인줄 알았다."

김건준 대리의 답은 이렇습니다.

"디자인을 개선해 달라는 얘기는 친구들까지 포함해서 여러 곳에서 들었습니다. 처음 만든 것이 마치 무전기 앱처럼 생겼다는 말도 있었는데 일단은 기본적인 기능부터 잘 되게 만들자는 생각에 그렇게 가자고 했던 것이죠. 앞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만통을 개발한 소프트파워는 원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를 구축, 서비스했던 회사였습니다. 설립된 해가 2006년이니 업력만 11년된 소프트웨어 기업이죠. 이후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뒤 이 회사는 모바일로 타깃을 바꿨습니다. 이후 일반 사용자들도 손쉽게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를 활용해 모바일앱이나 스마트북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는 제작툴이 스마트메이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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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궁금증, 구글번역-STT API 사용가격은?

확인해 보니 만통에 적용된 구글 클라우드 번역 API는 월 15억개 문자 이내일 경우 텍스트 번역은 100만 문자 당 20달러, 언어 탐지 역시 100만 문자 당 20달러더군요. 월 15억개 이상 문자가 넘어가면 100만 문자 당 15달러, 언어 탐지 역시 같은 가격입니다.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STT의 경우 구글 클라우드 스피치 API가 60분 이하는 무료지만 그 이상일 경우 15초당 0.006달러를 내야합니다. 대신 이렇게 번역한 내용을 다시 음성으로 변환해 들려주는 음성변환(TTS)의 경우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서 기본 제공하는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