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온라인쇼핑 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명 ‘식품통신판매법’을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입법 예고를 앞두고 관련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온라인 식품 판매 증가 속에 허위/과대 광고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도 높은 관리감독을 위해 식품위생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식품위생 안전에 있어 온라인쇼핑몰들이 법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식품통신판매업을 추가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식약처는 이달 중 입법 예고 후 규제 개혁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오는 6월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온라인쇼핑몰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해당 법 개정 취지와 내용을 공유했으며, 오는 16일에도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한 공식 공청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법 개정 취지와 무관하게, 온라인 사업자의 추가적이고 불필요한 책임만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 크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 식품위생법 제4~6조는 누구든지 ‘위해식품’, ‘미인증 화학 합성품’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13조에서는 누구든지 ‘허위, 과장, 오인, 비방’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식품위생법에 새로운 온라인 전용 법 도입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중개(플랫폼) 역할만을 수행해온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에 대한 과잉 규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목소리다. 특히 이런 과잉 규제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소규모 개별 판매 업체들이 떠안게 돼 결국 소규모 업체들의 신규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시키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네이버, 지마켓, 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 또는 통신판매업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이들은 모두 인터넷 상의 식품 판매업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갖게 된다.
이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은 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의 플랫폼의 역할에서 개별 상품에 대한 검수, 배송 과정 등에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 사업자들의 상품에 대한 직접 검수, 검수 인력 파견 등을 위한 비용 증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큰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위법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 등을 갖춘 판매업체 만을 대상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규모 업체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비용은 결국 개별 판매업체에 전가시켜 소규모 업체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소규모 판매 업체들은 위해식품 회수 및 폐기 의무 등을 이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력이 없는 영세 규모의 업체들이 대부분이며, 의도치 않은 오인 광고 등 사소한 실수 시에도 사실상 사업자 지위를 박탈당하게 되는 등 과도한 규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관련기사
- 쿠팡, ‘소셜커머스’ 딱지 뗀다2017.02.14
- 온라인 쇼핑몰 창업하는 방법 'A to Z'2017.02.14
- 온라인 쇼핑, '무료배송 전쟁' 한 번 더?2017.02.14
- 인터넷 쇼핑 가장 활발한 나라 1위는 '한국'2017.02.14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식품위생법 상에서 누구든지 허위/과대광고 및 위해식품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는 상황”이라면서 “행정 편의상의 이유로 전자상거래업체 등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온라인 마켓에 대해 이해 부족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ICT 산업 발전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오프라인식 관리감독을 위해 온라인에 해당 법을 무조건 확장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작동할 것”이라며 “기존 법의 온라인 확장 적용이 아니라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온라인만의 새로운 관리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