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황창규號 KT의 3년 과제는…

미래 먹거리 인프라 5G 성공 절실…독립적 지배구조 확보 과제

방송/통신입력 :2017/01/31 10:41    수정: 2017/01/31 10:57

황창규 KT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6일 CEO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에 이어 31일 이사회와 3월 주주총회 의결만 남겨뒀다.

지난 연말에 불거진 정치적 이슈에도 황창규 회장의 후보 추천이 이뤄진 데는 지난 3년간 경영성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KT 안팎에서는 기가토피아 비전 제시와 그에 따른 실행, 경영실적 안정화에서 후한 평가를 매긴다.

다만, 1기 황창규호(號)가 이석채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흔들리던 KT를 정상궤도에 안착시켰다면, 2기 황창규호는 성과 외에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력사업인 통신사업의 경쟁력 강화 외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신사업의 기반을 닦아놔야 한다는 뜻이다. 5G와 기가인터넷 등 그간 주력해왔던 분야는 결실을 맺어야 하고 CEO추천위의 권고대로 KT의 독립성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 임기 내 5G 통신 선도해야

KT는 황 회장이 부임하기 이전까지 막강한 유선 통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LTE 도입 시기에 한발 뒤처지는 실기를 범했다. 세계 최초와 첨단 기술을 무기로 매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국내 통신 시장에서 업계 맏형의 지위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 회장이 KT를 이끌면서 달라진 점은 통신 인프라 구축과 선행 기술 도입에 있어서 선도적 위치를 선점했다는 사실이다. 회장 취임 후 약 반년 만에 기가인터넷 서비스 상용화를 발표했고, 이듬해 MWC 키노트 연설자로 나서 5G 세계최초 상용화 비전을 제시했다.

역성장을 거듭하던 유선 사업 분야에 기가인터넷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동시에 5G 통신 백본망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 인공지능(AI)이나 차세대 방송인 UHD도 KT의 경쟁력인 유선 인프라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 대표 선수로 꼽힌다.

향후 3년간 황 회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5G 상용화로 집중된다. 당장 평창 올림픽 5G 시범서비스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앞서 연내에 시범 통신망 인프라를 구축하고 테스트까지 끝내야 한다.

KT의 5G가 만들어낼 서비스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한다. 성공적인 5G 시범 서비스에 2기 황창규호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 시범서비스 이벤트 성격을 넘어서 세계 최초 상용화 단계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 벌린 사업 매듭 짓고, 풀어나갈 사업 매듭 풀고

황창규 회장은 3년전 취임 직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비전으로 내세운 기가토피아는 ▲스마트에너지 ▲통합보안 ▲차세대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미래융합 서비스다.

스마트 에너지 관제센터인 KT-MEG 구축, 평창올림픽 시범서비스로 거론되는 홀로그램 등의 서비스는 5G 인프라를 통해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본인가 심사까지 끝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도 4년 내 흑자전환, 10년 내 자산 15조원 규모 청사진을 내놨다.

이처럼 3년간 발굴한 신사업은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할 시기다. 이와 함께 새롭게 내놓을 사업도 일궈야 한다.

당장 4월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상용화 이후가 주목된다. IoT 시장에서 기업 수요가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 전용 LTE와 같은 수익 개선까지 이끌어야 한다. 그에 맞는 서비스도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또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AI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초석을 다지는 일도 2기 황창규호의 몫이다.

■ CEO發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CEO추천위가 황창규 회장을 차기 CEO후보로 결정하면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 구축을 특별히 요구했다”라고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연말 정기 인사와 함께 황 회장의 연임 결정이 늦어지면서 KT의 조직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이어져 온 'CEO 리스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KT에게 CEO 리스크는 지속경영을 위해 청산돼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KT CEO추천위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요구를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CEO 선임구조를 비롯해 회사의 독립성을 갖추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게 2기 황창규호를 바라보는 시선인 까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나 기가인프라 구축은 다른 경영자가 오더라도 KT 조직원들이 기존대로 이끌고 갈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황창규 회장이 꼭 해야 할 일은 CEO추천위가 지적한대로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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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황 회장의 연임 발목을 잡을뻔 했던 인사 과정에 대한 개선안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체제가 아닌 KT 그룹 특성상 조직 구성원이 주인이 되는 그림이 가장 좋겠지만 감사를 포함한 이사회 구조와 CEO 선임체계를 바로잡는 방법도 추천위가 요구한 바 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