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연임 도전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16일부터 황창규 회장의 후보 추천 심사를 해 온 KT CEO추천위원회는 26일 황창규 회장을 면접하고 차기 CEO 후보로 추천했다. 향후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면 연임이 확정된다.
KT의 한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지난 3년 간의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며 "황 회장을 대신할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순탄치 않은 시작
이석채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부임한 황창규 회장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월 황 회장은 취임 당시 “KT의 상황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CEO 내정 이후 회사 속사정을 살펴보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경영 정상화'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위성 불법매각과 자회사 직원 대출사기, 본업인 통신 경쟁력 악화와 직원들의 사기저하, 실적 하락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등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었다. 취임사를 밝힌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 석상에 오른 일도 전 회장 시절 빚어진 고객정보 유출 건에 대한 사과 발표자리였다.
■ 반도체 전문가, 통신사업 경영 빛났다
황 회장은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반도체 권위자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맡은 이후 국가 CTO라고 불렸던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팀 단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미세공정 기반 제조업과 분야가 다른 인프라 기반 서비스 중심인 통신사업 경영을 맡는 점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황 회장은 이같은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실제로 괄목할 만한 경영 개선 성과를 이끌었다.
취임 첫해, 조직개편에 따른 명예퇴직 비용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영업익 1조원대 고지를 밟았다. KT로서는 3년 만에 되찾은 ‘1조클럽’ 기록이다.
또 지난해 4분기 약 2천500억원의 영업익이 예상되는 가운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만 1조2천1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뛰어난 경영 성과를 일군 셈이다.
이같은 경영 성과는 기존 사업 모델과 경쟁 구도를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과거 KT의 모습을 떨쳐낸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음성 통화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를 전면 개편한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내놓은 것이 꼽힌다.
아울러 황 회장 취임 이후 실적 개선으로 강등된 신용등급도 최근 A레벨(무디스)로 복귀시키면서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서 안정적이란 평가를 이끌어냈다. 신용등급 강등은 해외조달시장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향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큰 악재를 떨쳐낸 것이다.
■ 기가토피아 현실화, 미래 사업도 활짝
지난 3년간 KT가 가장 많이 외친 단어는 기가인터넷과 5G다. 이는 황 회장의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기가토피아(GiGAtopia)에서 비롯됐다.
기가토피아는 KT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유선 사업을 역성장 구조에서 반등시키고, 기가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취지였다.
KT는 기가토피아 개념을 선보인 뒤 다섯달 만에 글로벌 ICT 올림픽이라 불리는 ITU 자리에서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상용화를 깜짝 발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후 최근 250만 가구의 기가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했고, KT로부터 시작된 기가인터넷 경쟁은 1천만명의 국민이 이용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가인터넷은 단순히 인터넷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5G 서비스를 위한 발판을 다졌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5G 통신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을 광통신망으로 갖춘 셈이다. 2015년 MWC 기조연설자로 나선 황 회장은 5G 세계 첫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고 5G 네트워크 기반의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IoT), 컨버전스 서비스 등 최신 ICT 화두를 앞서 제시했다.
KT는 내년 5G 시범서비스를 앞두고 평창 5G 규격 공개, 5G 퍼스트콜 성공, 도심환경 5G 시연 등의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또 KT는 5G 외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에너지 관제, 인공지능(AI) 등 여러 신사업도 발판을 다졌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있고, 스마트에너지 관제센터로 불리는 KT-MEG 구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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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황창규 회장이 내세운 싱글 KT, 1등 KT 등의 기업문화는 이제 혁신기술 1등 기업으로 수렴되고 있다.
황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3년 전 KT는 하나만 더 잘못돼도 미래가 없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 기업으로 변화했다”며 “단순히 1등 통신회사가 아닌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IPTV 시장점유율 1위가 아닌 미디어 소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면 KT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