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멜론의 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NHN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벅스의 성장세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멜론은 카카오톡의 풍부한 사용자 풀을 활용한다면, 벅스는 NHN엔터테인먼트가 가진 공연, 문화 콘텐츠들과의 시너지를 이용해 사용자를 늘려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멜론이라는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확고한 1위에 맞서, 계열사와의 협업과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 계단을 오르고 있는 벅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NHN엔터 품에 안긴 벅스…시너지 ‘시동’
NHN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5월 1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벅스(당시 네오위즈인터넷)를 인수했다. 같은 해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네오위즈인터넷 사명이 벅스로 변경됐으며, 양주일 대표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양주일 대표는 NHN(현 네이버)에 입사해 게임제작 지원그룹 그룹장, UIT센터 센터장을 역임했고, NHN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개발랩장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NHN티켓링크 대표를 맡았다.
양 대표가 벅스 신임 대표 자리에 오른 것에 대해 당시 회사 측은 “NHN엔터테인먼트, NHN티켓링크와의 다양한 시너지를 통해 벅스를 한 단계 성장시키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NHN엔터테인먼트와 벅스의 협업 시도는 빠르게 이뤄졌다. 양주일 대표 선임 약 100일만인 2015년 12월3일 '니나노 클럽'이 시장에 출시됐다.
니나노 클럽은 NHN엔터테인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와 벅스를 연계한 음악, 문화 멤버십 상품이다. 1년간 월 3천원에 모든 음악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 NHN엔터테인먼트의 여러 계열사가 줄 수 있는 혜택을 담은 점이 특징이다.
니나노클럽 회원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플랫폼 ‘코미코’의 5천원 자유이용권이 매달 제공되고, NHN티켓링크에서 티켓 예매 시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또 벅스는 페이코 ID로 모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계정 연동도 이뤄졌다.
벅스는 지난해부터 보다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NHN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하게 되면서 한 층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중 연예기획사 '하우엔터테인먼트'와, 고음질 전문 사이트 운영사 '그루버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복면가왕'에 이어 '신의 목소리', '듀엣가요제'와 같은 음악 프로그램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6',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 2016', '2016 벅스 모파이쇼' 등 각종 행사의 메인 협찬사로 활동했다.
이 밖에 작년 9월에는 벅스의 첫 TV 광고가 전파를 탔다.
■"NHN엔터 x 벅스 1차 협업 전략 통했다"
국내 음악 시장은 멜론의 수성 아래 벅스, 지니(KT뮤직), 엠넷닷컴(CJ디지털뮤직), 소리바다가 치열한 2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벅스는 NHN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선보인 니나노 클럽으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벅스는 40만 명이었던 유료가입자 수가 니나노 클럽 출시 10개월만인 작년 10월 80만 명까지 급증했다. 벅스 전체 유료가입자 중 약 절반이 니나노 클럽 멤버십 상품 이용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현재 벅스 유료가입자 수가 100만에 육박하고, 올해 150만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벅스 덕을 보고 있다. 2016년 3분기에는 벅스의 음원 사업 매출 확대에 힘입어 NHN엔터테인먼트 기타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6% 증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벅스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의 확장을 위한 최적의 서비스 중 하나다. 유료가입자 100만 명 중 대부분이 매달 자동결제로 벅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2천500만 명에 달하는 벅스 누적회원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벅스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도 벅스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면서 “게임, 웹툰, 공연 문화 서비스를 가진 NHN엔터테인먼트가 음악 콘텐츠까지 손에 쥐면서 전체를 활용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나아가 플랫폼을 선보일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목표 달성 때까지 공격적인 투자 계속”
벅스의 입지가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아직 멜론과의 격차는 크다. 또 투자와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벅스는 내부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우선은 일정 수준의 유료가입자가 확보돼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과 시작한 요금제 제휴도 벅스의 목표 달성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모은 가입자가 빠르게 빠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벅스는 충성도 높은 회원이 가장 많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2015년 12월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음악 앱 중 실사용자 수는 멜론이 높으나 매일, 자주, 오랜 시간 사용하는 충성도 높은 앱은 벅스가 1위를 차지했다.
벅스는 음악 콘텐츠를 더 다양화 하면서 종합 음악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작년에만 ▲대한민국 음악 백과사전을 목표로 하는 음악 전문 매거진 '스트림' ▲음악과 라디오를 결합한 신개념 방송 '뮤직캐스트'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에 발맞춰 사진과 움직이는 이미지(움짤)로 음악을 추천하는 '스낵뮤직'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를 기획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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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 앞으로도 NHN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 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연관성을 찾고 이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벅스의 음악 콘텐츠와 연예기획사를 활용한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음악 업계 관계자는 “요지부동인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NHN엔터테인먼트와 벅스의 협업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며 “벅스에게 있어 올해는 국내 사용자들이 즐겨찾는 안정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