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국내 인터넷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빅딜이 성사됐습니다. 화제의 커플은 거대포털 카카오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로엔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카카오가 로엔을 1조8천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이 전격 발표됐습니다.
그무렵은 국내 최대 통신사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총 1조도 안 되는 돈을 주고 인수하려고 애쓰던 때였습니다. SKT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사이에 카카오는 이보다 약 2배나 되는 금액을 들여 로엔을 덜컥 인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의 인수합병(M&A)은 규제 기관이 내세운 시장독점 논리에 막히면서 무산됐습니다. 반면 카카오는 멜론을 한 식구로 맞아 이제 막 오순도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멜론 신부로 맞은 카카오
현재까지 카카오와 멜론의 결합으로 인한 수혜는 로엔 쪽에 더 많이 기울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작년 9월 멜론에 카카오 계정연동이 이뤄졌고, 다음 달 멜론 VIP 고객과 신규고객에게 카톡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멜론이 카톡의 이용자 풀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입니다.
카카오도 멜론의 덕을 조금 보긴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카톡 ‘프로필뮤직’에 ‘벅스’ 대신 멜론 음악 DB를 적용함으로써 다른 회사에 지급해야할 음원 비용을 절약했기 때문입니다. 로엔 입장에서는 카톡 이용자들이 멜론으로 넘어올 수 있는 하나의 튼튼한 다리가 건설된 것입니다.
아울러 멜론에 댓글을 달 때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도 두 회사의 협업 중 하나의 사례입니다.
이 밖에 카카오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가 API를 개방하면서 멜론에 카카오페이 결제 기능이 도입된 것에서도 두 회사가 “함께 잘해보자”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X멜론 시너지, 설마 이게 다?
그런데 뭔가 약해보입니다. 작년에도 인수가격 적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1조8천7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입한 것치곤 지난 1년 간 두 회사가 시너지를 냈다고 보기엔 아쉬움이 많습니다. 어느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 합병할 때 ‘1+1=2’을 너머 ‘1+1=3 이상’을 기대하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카카오 입장에서는 로엔을 인수함으로써 덩치가 커진 효과를 거뒀습니다. 카카오와 다음의 M&A 이후 정체됐던 매출과 수익이 로엔의 실적이 연결되면서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3분기 기준 카카오 전체 매출은 3천9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5% 뛰었습니다. 음악 사업이 포함된 콘텐츠 매출 비중도 로엔 인수 효과 등으로 30%에서 51%까지 올랐습니다.
로엔 역시 카카오와의 협업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매출이 1천106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8%나 뛰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4분기 매출 4천억원을 넘겨, 작년 실적 전체로 볼 때 PC 광고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1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회사의 규모가 커진 셈입니다.
■글로벌 성과가 ‘진짜’
로엔 인수 발표 당시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음악은 모바일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콘텐츠로 음악 한 곡이 한 세대의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전 세계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는다”면서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 결합을 통한 무한한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한 좋은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카카오가 거금을 들여 로엔에 투자한 진짜 이유는 ‘글로벌’입니다. 지금까지 ‘카카오X멜론’의 시너지는 큰 그림으로 볼 때 ‘워밍업’ 단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로엔 측은 올해 상반기 중 카카오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발표를 진행할 계획임을 알렸습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쉽게 예상이 되는 시나리오는 카카오가 로엔이 2014년 2월 출시한 글로벌 K팝 채널 ‘원더케이’(1theK)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그림입니다. 이미 원더케이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웨이보 등에서 채널을 운영하며 1천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 수를 확보했습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해외 사용자들이 원더케이를 통해 케이팝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죠.
그 동안 카카오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해외 시장입니다. 모바일 메신저 카톡의 경우 위챗, 와츠앱, 라인 등에 밀려 주도권을 뺏겼고, 국내 게임을 중국에 유통하려는 게임 퍼블리싱 사업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3대 SNS인 ‘패스’의 자산을 인수했지만, 그 이후 잘 된다는 소식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손쉬운 선택은 한류 콘텐츠, 한류 연예인을 통한 해외 진출이 유력해 보입니다. 멜론이 딱 알맞은 파트너인 거죠.
네이버 역시 한류 바람을 잘 활용해 동영상 서비스인 ‘브이 라이브’로 해외 시장을 공략했고, 작년 말 기준 2천500만 다운로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인기 한류 스타들이 브이 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팬들과 소통한 덕분입니다.
■카카오, 상반기 중 글로벌 비전 발표
카카오도 2월 개편 예정인 카카오TV에 멜론이 보유한 한류 음악과 한류 연예인 콘텐츠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카카오TV란 이름으로 나가든, 아니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원더케이란 이름의 앱으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원더케이로 모은 구독자와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를 더 끌어 모으고, 이들에게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하는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멜론이 카톡 이용자 풀의 덕을 봤다면, 앞으로는 카카오가 멜론의 덕을 볼 차례인 거죠.
멜론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와 로엔이 함께 한 지난 1년의 시간은 서로의 접점을 확인하고 시너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업 계획과 전략은 올 상반기 내에 공개된다고 합니다. 한류문화를 기반으로 한 로엔의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카카오와 함께 공략한다는 게 개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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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경이 무너진 시대인데도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바로 해외 시장입니다. 게임과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제외하고 국내 ICT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그 방증입니다.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시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더욱 멜론에 대한 카카오의 베팅 결과가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카카오와 멜론의 시너지가 국내에서만 머물지, 아니면 해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올 하반기 정도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