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지난 해 격변기를 맞았다. 카카오가 1조8천억원의 거금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를 전격 인수한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카카오와 한 몸이 된 멜론은 올해도 부동의 1위로 질주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후발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음원 서비스들이 기사회생할 지 여부도 올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멀리 달아나는 멜론의 독주
9일 디지털 음원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품으로 들어온 멜론은 지난해 카카오톡(이하 카톡) 아이디 로그인을 지원하며 이용자 진입의 문턱을 낮췄다. 또 카카오 샵검색 서비스와 연동해 멜론의 다양한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이어 작년 연말에는 카톡 ‘프로필뮤직’에 벅스 대신 멜론 데이터베이스가 제공되면서 카카오와 멜론의 본격적인 협업을 알렸다.
멜론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 인수 당시 가능성 대비 과도한 인수금을 들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시장은 점점 우려보단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에 더 기대감을 품는 분위기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몇 차례 고배를 마셨던 카카오 입장에서는 한류가 인기인 지역에서 국내 음원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는 멜론에서 활동하는 기획사들이 카톡-멜론 구독자를 대상으로 카카오TV를 활용한 모바일 콘서트를 개최한다든가, 모바일 팬미팅을 여는 협업 등도 가능해 보인다.
■벅스 지니 “1등은 무리…2위는 나의 것”
든든한 우군인 카카오를 등에 업은 멜론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주하는 사이 2위 서비스들도 경쟁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2015년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벅스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다각화로 사용자 층을 확대하고 있다. 벅스는 2015년 NHN엔터테인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와 함께 ‘니나노 클럽’ 음악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다. 저렴한 금액과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면서 10개월 만에 벅스 전체 유료가입자는 약 2배 급증했다.
또 작년 8월에는 고음질 전문 서비스 업체 그루버스와 황치열 소속사인 하우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아울러 9월에는 SK텔레콤과 요금제 제휴를 통해 ‘벅스 익스트리밍’ 상품을 출시했다.
아울러 국내외 아티스트의 공연을 주최하는가 하면 음악 전문 잡지인 ‘스트림’을 창간하는 등 음악 팬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즐길거리를 늘려 나가고 있다. 이 밖에 벅스는 FLAC 고음질 음원 확보에 주력하면서 900만 개의 고음질 음원을 서비스 중이다.
KT뮤직이 서비스 하는 ‘지니’도 사용자 취향에 맞춘 큐레이션 서비스로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니의 지난해 스트리밍 이용건수는 저년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니는 ‘굿모닝 지니’, ‘뮤직허그’, ‘지니 스포츠’ ‘지니 드라이브’ 등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굿모닝 지니는 매일 아침 그날의 날씨와 지역정보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아침 기상음악이다. 뮤직허그는 사용자가 DJ가 돼 실시간으로 청취자와 채팅을 하며 함께 음악을 듣는 실시간 DJ서비스다. 지니 스포츠는 사용자의 걸음걸이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음악이 추천되고, 지니 드라이브는 안전운행을 위해 음성명령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지니의 또 다른 경쟁력은 360도 콘텐츠 서비스다. 지니 모바일 앱 ‘지니 VR 전용관’에는 인기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과 뮤직비디오 360도 영상이 제공된다. 이에 지니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터치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360도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지니는 지난해 7월 ‘지니 스마트 라이프’를 출시,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뮤직이 자체 개발한 추천엔진 ‘지니어스’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빅데이터 기반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이 밖에 해외 음악 서비스의 국내 도전도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애플뮤직과 유튜브 뮤직이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모두 ‘반쪽짜리’ 서비스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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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팝 콘텐츠를 강화하고 국내 이용자 입맛에 맞는 서비스와 유료 모델을 도입할 경우 국내 음원 업체들과 경쟁할 불씨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스포티파이가 올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국내 음원 업체 관계자는 “음원 업체들의 1라운드 경쟁이 가격이었다면, 2라운드는 음악과 관련된 심화 콘텐츠”라며 “멜론, 벅스, 지니 등 상위 음원 업체들의 음악 콘텐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